개인이나 조직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주 쓰이는 방법 중 하나가 성과 보상의 차등화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겨 돈, 승진 기회 등에 격차를 둔다.
더 좋은 기회를 얻고자 일등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꼴찌를 면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개인과 조직의 능력은 향상되고 생산성, 매출 등 전체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발상이다.
공자 시대부터 이어져 왔다는 우리의 시험 문화를 보자. 유능한 인재를 뽑는 것이 목적이지만 배경에는 불특정 다수의 시험 준비 과정을 유도해 사회 전반의 지식수준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합격과 불합격에 따른 결과물의 차이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시험이 어려워질수록 포기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합격은 인생의 성공, 불합격은 실패로 규정되고 간격이 벌어지면 시험 준비생은 합격이라는 결과에 매몰되고, 본래 시험을 통해 얻고자 했던 사회 전반의 ‘배움의 도’는 묻혀버린다.
강력한 형벌 제도를 도입해 범죄를 예방하거나 줄이려는 시도 또한 그렇다. 처벌의 목적은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율을 낮추는 것이다. 문제는 처벌 수위가 높아질수록 범죄는 더 치밀해지고 잔인해진다는 점이다.
사건 사고를 예방하고 억제하려면 이러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생계형 범죄, 지능형 사기 등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 사고는 특정 개인의 성향보다는 정책의 부재와 실패,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 사회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때가 많다.
최근 여러 정부 지원 사업에서 사업 결과에 따른 차등 지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차등 지원의 목적은 경쟁을 통해 사업 전체의 성과를 높이고 독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차등 폭이 커지면 커질수록 하위 등급의 의욕은 떨어지게 되고,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 분야나 수치에 매달리게 된다. 사업의 근본 목적은 잊혀지고, 오직 평가를 위한 사업으로 변질되기 쉽다.
경쟁을 붙이고 차등 지원으로 성과를 독려하는 정책이 역효과로 인해 사업 본연의 목적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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