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안드로이드 충격을 겪고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제대로 된 운영체제를 만들려고 교수를 모아보니 30년 전에 서른 명이었던 전문 교수가 이제는 단 한 명뿐입니다.”
조영화 성균관대 석좌초빙교수가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초대원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원장 지낸 조 교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의 산증인이다. 현재는 차세대정보·컴퓨터기술개발사업연구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SW기술 분야 국가경쟁력이 위험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단기성과에만 치중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30년 전인 1987년 SW지원정책만도 못 하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SW연구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응용, 융·복합 연구에만 치중하는 것은 외산 의존도만 높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정부 과제가 장기연구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연구자들이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프로젝트 단위로 연구 분야를 확장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가 차원의 대규모 SW 육성에 나선 미국, 일본, 중국과 비교해 더욱 우려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3~4년 단위 프로젝트가 끝나면 중복지원을 하지 않는 정부과제 기준 때문에 연구자들이 연구비 마련을 위해 하는 수 없이 새로운 주제로 옮겨 간다”며 “한 분야를 오래도록 한 연구자를 과거와 비교해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실력있는 전문 연구자가 기초·원천 분야의 성과를 응용과 병행해 장기 후속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