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 스타트업 열풍, 우리나라에도 일길

[기자수첩]반도체 스타트업 열풍, 우리나라에도 일길

최근 아마존이 이스라엘 반도체 스타트업 ‘안나푸르나랩(Annapurna Lap)’을 인수했다. 인수액이 무려 4000억원이다. 안나푸르나랩은 컴퓨팅 및 스토리지 서버의 전력 효율성을 높여 데이터 전송 속도를 올리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하는 업체다. 이스라엘·실리콘밸리 등 세계 IT창업의 요지엔 이런 반도체 스타트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0년대 지금의 스타트업 못지않게 국내 IT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게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다. 벤처 붐의 끝물에 나타난 이들은 초기 한국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스타팹리스’ 몇 곳은 업종을 바꿨다. 실적이 저조하다 보니 인력 수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정부 지원도 줄었다.

결국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누구 하나 손을 들어 나서질 않는다. 업계는 반도체를 아는 국내 투자자가 드물어 창업 환경이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고 인수합병(M&A) 환경도 마찬가지라 유인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팹리스 지원책의 방향을 창업 생태계 조성에 맞추겠다고 나섰다. 올해 사업을 기획해 2016년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기존 스타트업 지원 정책과 연계하면 시작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부할 게 있다. 반도체 업계와의 소통을 늘렸으면 한다. 반도체가 무엇이고, 어디에 쓰이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동안 업계에선 정부 지원이 적재적소에 향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반도체 자체는 물론이고 산업 특성을 전혀 모르고 접근하니 당연한 일이다. 업계도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위해 걸맞은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제 환경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 바람이 한창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집중됐다. 스타트업 열풍과 함께 ‘제2의 스타팹리스’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