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혁신’의 연속이었다. 문명의 시작부터 산업화, 정보화까지 혁신은 인류의 삶을 급격하게 진보시켰다.
100년의 카메라 역사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예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이다. 과거 카메라계의 왕좌였던 수동식 필름 카메라는 촬영부터 현상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했고 최고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선 촬영자의 오랜 숙련도가 필요했다.
20여장에 불과한 제한된 필름 중에 초점과 빛의 세기, 알맞은 렌즈와 필터 등을 찰나에 최적화할 수 있는 전문 지식과 기술력 없이 좋은 사진을 얻기는 어려웠다. 현상과 인화도 어려워 결과를 알기는 더욱 힘들었다. 이는 내로라하는 전문가도 마찬가지로, 고생 끝에 얻은 결과물이 도공의 수많은 도자기처럼 버려질 수밖에 없었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과 촬영자의 기술을 단순화시켰다. 작은 메모리 카드 하나로 고화질의 사진을 수천장씩 찍을 수 있게 됐고 촬영한 이미지는 현장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해졌다. 약간의 보정을 거치면 놀라운 결과물로 거듭났다. 여기에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으로 디지털 카메라의 인기는 더욱 높아져 필름 카메라를 빠르게 대체했고 사진은 대중으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에 이은 제2의 대변혁이 일어났다. 바로 미러리스 카메라의 등장과 발전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기존 DSLR 카메라에서 내부의 반사 거울을 없애 크기와 무게를 줄인 혁신적인 카메라다. DSLR와 동등한 화질 구현 능력과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 합리적인 가격까지 모두 갖춰 보다 쉽고 간편한 사진과 영상 촬영을 가능하게 했다. 대중도 DSLR의 무거움과 불편함에서 벗어나 작고 가벼우면서 DSLR와 동등한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로 빠르게 옮겨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러리스 카메라는 2009년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인 이후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점유율에서 미러리스는 2011년 30%, 2012년 40%에 이어 2013년에는 51%를 차지해 DSLR의 아성을 넘어섰다. 지난해 58%까지 비중을 높인 미러리스 카메라는 올해 점유율 60% 돌파가 예상된다.
이러한 미러리스의 인기는 기술 발전을 통해 진보된 카메라의 혁신과 대중화라는 면에서 역사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의 고민을 해결해 ‘카메라의 대중화’를 이끈 것처럼 미러리스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기존 DSLR 중심 구도에서 발견한 가능성으로 ‘좋은 사진의 대중화’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이뤄낸 결과물이 미러리스 카메라라고 본다.
인류 역사는 언제나 기술의 ‘혁신’을 기반으로 해왔다. 발달된 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줄 때 인류는 진정으로 발전하고 역사는 진보했다. 지금 미러리스 카메라는 또 다른 혁신이 더해진 다음세대 카메라가 나오기 전까지는 순항할 것으로 본다. ‘좋은 카메라는 크고 무거운 것’이라는 편견을 넘어선 혁신에 대한 대중의 선택과 인기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배지훈 소니코리아 CPDC 디지털이미지총괄 jhbae08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