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무한 재생에너지로 주목받는 나노선 태양전지는 같은 두께의 일반 박막 태양전지보다 단위 부피당 광 흡수율이 2배 이상 우수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자신의 구조 안으로 끌어당기는 광학 안테나 효과와 구조 내 빛의 가둠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노선은 실과 같은 가느다란 형상이어서 흡수 부피가 작고 전체 광 흡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노선을 이용한 상용 태양전지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도 여기에 있다.
나노선은 지름 100~300나노미터(㎚), 길이 수 십 마이크로미터(㎛)의 가느다란 실과 같은 형상의 나노 물질이다. 나노선 합성 과정에서 물질의 조성 비율, 도핑 등을 조절할 수 있어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 레이저와 같은 광전자 소자를 나노 수준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나노선 태양전지의 전력변환효율 향상은 다른 대체 에너지원과 마찬가지로 가장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나노선 태양전지의 작은 광흡수 부피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광학 안테나 효과 활용이 있다. 광학 안테나 효과는 물질의 실제 단면적보다 빛의 흡수 또는 산란 단면적을 크게 만드는 것이다.
경희대 김선경 교수팀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 제임스 카훈 교수, 고려대 박홍규 교수는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선 태양전지에 저렴한 유전체 코팅기술을 도입해 태양전지 효율을 2배가량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선 태양전지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광 흡수율 저하를 해결하는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나노선의 가장 바깥 껍질에 적절한 굴절률과 두께를 가진 유전체 층을 도입해 광학 안테나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나노선 태양전지의 광 흡수 효율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팀은 나노선으로 두께 200㎚의 태양전지를 만들고 그 위에 유전체인 질화규소(Si₃N₄)를 플라스마 화학 기상 증착 방식으로 50㎚ 두께로 코팅, 새로운 구조의 나노선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이 나노선 태양전지는 4%의 효율을 기록, 기존 나노선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2배가량 높아졌다.
연구팀은 유전체 껍질이 코팅된 나노선의 광학 안테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암시야 현미경에 분광기를 연결해 나노선의 산란 단면적을 측정했다. 그 결과 유전체 물질의 종류 및 두께에 따라 평균적으로 200~1000% 이상의 산란 단면적 증가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선 가장 바깥 부분에 단지 수십nm의 유전체 껍질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반도체 물질의 종류에 관계없이 약 두 배에 이르는 광 효율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기존 제작 공정을 해치지 않고, 저비용으로 도입할 수 있어 현재의 모든 나노선 태양전지에 즉시 구현 가능하다. 태양전지 분야 외에도 나노선의 광학 안테나 효과를 활용한 발광다이오드, 센서, 광 검출기 응용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김선경 교수는 “나노선 태양전지 소자는 작은 흡수 부피로 인한 광 흡수 저하가 늘 골치 아픈 문제였는데, 추가 공정비용을 최소로 하는 유전체 코팅기술로 광 흡수율을 2배가량 높인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라며 “기존 박막구조에만 적용되던 유전체 코팅기술을 나노구조까지 확장해 광학 안테나 향상효과를 설명한 것은 물리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합성 과정 중에 만들어지는 개별 나노선들 간의 품질 균일도가 보증되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