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핀테크(Fintech)’ 전쟁에 돌입했다.
전담 부서와 다수 인력을 배치하고 다양한 IT 기업과 연합전선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익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허둥지둥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당국과 벤처·스타트업 간 협업체제 부재로 인한 ‘혼란’이다. 핀테크 생태계가 조성되기도 전에 ‘간편결제’로 촉발된 ‘핀테크 태풍’이 불면서 ‘이러다 우리가 뒤처지고 만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금융권 전반을 휘감았다.
비교적 덩치가 큰 은행과 카드사를 중심으로 국내 핀테크 사업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지불결제’ 이슈로 점철됐다. 해외 핀테크 사업의 핵심인 개인자산과 재무관리, 자동 신용평가·대출, 리테일 투자 사업 등은 먼 신기루일 뿐이다. 이미 IT와 금융의 결합으로 핀테크 빅뱅이 촉발됐지만 국내 핀테크 결합 속도와 방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금융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따로국밥식 핀테크’ 사업 토양에서 참여자 간 파이프라인을 활용한 ‘협업’ 토양으로 모든 것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그룹 대표는 “금융기관은 멘토링, 스타트업은 아이디어 사업화, 밴처캐피털은 투자와 자문, 금융당국은 각종 인프라 제공과 소극적인 금융기관 참여 독려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핀테크의 기본은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필요성 인식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의적으로 핀테크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업과 금융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 마련과 지속적인 핀테크 규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에 금융권은 무엇보다 이 같은 생태계 구축에 정부의 규제 완화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핀테크 사업을 확장하려면 각 금융사의 내부 역량 확보와 경영진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해외 핀테크 사업이 안착되는 데 최단 3~4년의 학습기간이 걸렸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핀테크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내부 조직 강화와 투자, 그 기저에 여러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금융당국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제는 IT 기업이 금융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각종 자격요건과 법적 정비가 동반돼야 한다.
한 금융컨설팅 관계자는 “금융사가 핀테크 확장을 위해 자체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시장에 참여하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거의 실패했다”며 “각 금융사 내부역량을 키우고 IT 기업과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갖추는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빅데이터 등 개인화 비즈니스 창출 분야에 핀테크를 접목시키는 전혀 다른 발상의 ‘한국형 핀테크’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법조문 하나 고쳐서 규제를 완화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진출 분야도 지불결제 등 이미 서비스가 잘 구축된 분야보다는 한국의 IT 인프라를 매칭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급부문과 결제, 송금 분야는 국내 카드사 비중이 60%가 넘는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힘들다는 결론이다. 다만 신시장 개척에는 금융기관과 IT 기업, 컨설팅기관이 인프라를 공유하고 고객 접점을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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