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2008년 반독점법 단속을 실시한 이래 점점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부터 분유 등 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실시했다. 작년 한 해는 특히 자동차 분야에 집중적인 단속에 나서며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곤혹을 치렀다.
중국 반독점 규제 등을 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자동차 부품부터 고급 자동차까지 해외 자동차 관련 제조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7월, 중국 언론을 통해 중국 정부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폴크스바겐 그룹의 아우디, 미국 크라이슬러 등 해외 자동차 제조사의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NDRC는 상하이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사무소 조사에 착수했다. 대상 업체들의 구체적인 위반 내용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로 차량 판매 가격, 판매 후 사후 서비스 비용 등을 부풀린 혐의를 받았다.
크라이슬러는 자동차 중개업체들과 가격을 담합한 혐의가 인정되며 214만위안(약 3억7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아우디 등을 생산하는 폴크스바겐에는 2억4858만위안(약 420억원)의 벌금이 결정됐다. 역시 판매 중개업체들과 함께 가격을 통제했다는 이유다.
중국 당국은 이후 반독점 조사 전선을 부품 업체들로 확대했다. 대상은 12개 일본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었다. 결국 베어링 생산업체 일본공정과 NSK에 업계 사상 최대 벌금액인 1억7490만위안(약 300억원)을 내라고 명령했다. NTN코퍼레이션 등 다른 부품 업체들로도 벌금 부과가 이어졌다.
반독점 역풍을 맞은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가 해외 기업에만 집중돼 ‘외국기업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업체들은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의 입맛에 맞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발적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는 등 행동에 나선 것이다.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는 자동차 가격을 자진해 대폭 인하했다. 레인지로버의 5.0 V8, 재규어의 F타입 카리브올레 등 세 종류의 차량 가격을 평균 3만2300달러(약 3309만원) 내렸다. 아우디는 엔진, 변속장치 등 부품 가격을 최대 38%까지 낮췄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중국 고급차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제네시스의 가격을 구형보다 10%가량 낮췄다. 판매 신장효과와 더불어 향후 고급차 시장에서의 반독점 규제 칼날을 피하는 효과를 얻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다른 해외 브랜드보다 중국 내 고가 차량 비중이 낮고 부품 현지화율이 90%가량 돼 반독점 우려는 적은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상위 10개사
(자료: 월스트리트저널, 2013년 기준)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