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이웃 간의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다툼이 커져 살인이나 방화 등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하자 정부가 나서 층간소음 법적기준을 만들었다. 지난해 5월부터 공동주택에서 지켜야 할 생활소음의 최저기준을 담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을 시행했다. 법적 기준이 마련됐지만 층간소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건축할 때부터 충격 완충성능이 뛰어난 차음재를 사용하는 아파트가 나오는 등 건축공학적 시도가 많다. 하지만 역시 소음을 잡는데는 한계가 있고, 건축 비용이 올라가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층간소음에 공학적으로 접근해 소음 자체를 제어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공작기계 정밀가공에서 진동을 줄이는 기술을 층간소음에 적용한 새로운 방식이다. 마감재나 건축 방식으로 층간소음을 줄이는 기존 방법보다 소음 제어에 효과적이면서도 비용 면에서는 더욱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임용택) 초정밀시스템연구실 김동훈 박사팀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능동제어 선행기술 연구’를 통해 아파트 및 건물 층간소음을 시제작 실험장치 기준으로 최대 30%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기존 층간소음 저감 기술 대비 최소 3배 이상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바닥 마감재 소재를 개발하거나, 건축시 층 사이 빈 공간을 채우는 등의 수동적인 방식으로 층간소음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실제 소음 저감효과는 크지 않다. 또 소음을 줄이기 위해 마감소재를 두껍게 하면 바닥이 단단하지 않아 좌식 생활에 불편함이 있고, 층간 채움 방식은 건물 하중 증가로 인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발생하는 진동 자체에 주목하고, 기존에 팀에서 연구하던 공작기계 정밀 방진가공시의 진동 저감 기술을 층간소음 저감에 접목했다. 공작기계 정밀가공 능동보정기술은 흡수밀도나 진동주파수 제어 등을 통해 절삭가공시 발생하는 진동을 가공속도를 낮추지 않고도 자율 보정한다.
발소리 등 층간소음은 대부분 저주파 영역의 진동에 의한 소리다. 연구팀은 바닥 마감재와 슬라브 사이의 빈 공간에 센서를 부착하고, 저주파 진동이 발생하면 센서가 진동크기를 감지해 자기력을 이용한 유연 진동저감 장치를 작동하도록 했다. 유체를 통한 진동 주파수 제어가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낮추는 스프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소음을 최대 30% 감소시켰으며, 신축 아파트 기준으로 기존 저감기술과 같은 효과를 가정할 때 비용이 5분의 1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동훈 기계연 박사는 “이 기술이 층간소음으로 일어나는 사회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길 바란다”면서 “시제작 실험장치 테스트를 통해 공학적 해결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상용화를 위해 향후 다양한 환경 조건에 대응하는 최적화 연구를 후속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층간소음 저감뿐만 아니라 고속 정밀기계, 항공우주, 풍력발전, 대형부품·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정밀검사 장비 분야 등 다양한 스마트 방진·진동저감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국내 특허를 출원했고, 국외 특허도 이달 PCT 출원을 완료했다. 개발한 관련 요소 기술은 메카트로닉스 분야 국제학술지 ‘IEEE/ASME 트랜잭션스 온 메카트로닉스(Transactions On Mechatronics)’에 3월에 게재될 예정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