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2기 김정태 회장 출범을 바라보는 금융권 시각이 ‘우려’로 바뀌고 있다. 하나-외환 조기 통합 불발에 따른 책임론과 전략 실패에 따른 조직 재정비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임이 확정되는 3월, 외부변수에 따른 쉽지 않은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6일 하나금융지주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2차 회의를 개최하고 김정태 현 회장과 장승철 하나대투 사장,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 세 명으로 회장 후보를 압축했다고 밝혔다.
회추위 한 관계자는 “오는 23일 3인의 후보에 대한 면접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내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김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통합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그동안 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한 데다 회추위 구성 사외이사가 김 회장의 경영 판단을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태 회장 연임에 따른 2기 출범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견됐다. 하나-외환 통합 불발에 따른 조직 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고 해외 사업성과 부족과 정보기술(IT) 통합 등 난제 또한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나-외환은행 투톱 체제는 김 회장의 입지를 상당 부분 약화시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은행 통합 불발의 책임이 자칫 통합을 추진했던 김승유 전 회장의 경영 참여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실제로 조직 안팎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독자경영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2기 김정태 호가 출범해도 두 은행 간 합병 예비인가가 철회된 상황에서 기존 경영 방식을 고수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조직 재정비와 외환은행 노조 설득 작업에 ‘강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김정태 회장과 통합을 주도했던 임원 줄사퇴도 김정태 회장 입지 약화에 힘을 싣고 있다. 통합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우공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정진용 하나금융 준법담당 상무, 주재중 외환은행 기획관리그룹 담당 전무 등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김정태 회장의 지배구조에도 김승유 전 라인의 복귀도 점쳐지고 있다. 외환노조와 약속했던 합의를 깨고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연이어 나오는 이유다.
하나-외환은행 간 IT통합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합병 이슈로 그동안 부각이 되지 않았지만 IT통합을 둘러싼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현재까지 하나금융지주는 ‘IT 선통합·후개선’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핵심은 IT통합 작업이 완료되더라도 10년 단위의 금융시스템 주기로 산정할 때 머지않아 차세대 시스템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통합 비용이 매몰 비용으로 지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