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 및 계면에서 발생하는 화학에너지 변환과정에 대한 이해는 친환경 에너지나 촉매 기술개발을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넓은 표면적과 높은 반응성을 갖는 나노촉매에서의 화학적 현상을 밝히는 것은 차세대 촉매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나노촉매 표면에서는 발열반응에 의해 발생한 화학에너지가 전기적 또는 열적 에너지 소모 과정을 수반해 촉매 표면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기적 에너지 소모과정 중에 발생한 핫전자는 수명이 펨토초(1000조분의 1초) 수준으로 매우 짧아 검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활성도와 선택도가 높은 나노촉매를 꾸준히 연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촉매 성능 향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배경은 베일에 싸여있다.
이런 한계는 얇은 금속 박막과 반도체로 이뤄진 나노다이오드의 화학전류 측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돼 왔지만 기존 방법은 촉매가 전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박막 형태의 촉매 연구에만 적용돼 왔다. 때문에 나노촉매에서 발생하는 화학전류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나노촉매의 전기적 연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촉매 나노다이오드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나노촉매 반응 시 표면에서 발생하는 화학전류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단장 유룡) 박정영 박사팀이 나노촉매 표면의 화학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촉매 나노다이오드를 개발하고 나노촉매 반응 시 표면에서 펨토초 단위로 발생하는 화학전류를 실시간 측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나노촉매 위에 생성되는 핫전자를 측정하고 중요성을 이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핫전자를 이용한 고효율 나노촉매 개발과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저장 및 전환시스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얇은 금 박막과 이산화티타늄 층으로 이뤄진 나노 다이오드 표면 위에 백금 나노촉매를 이차원 단층으로 배열해 새로운 나노촉매 시스템을 제작했다. 백금 나노촉매는 1.7나노미터(㎚)와 4.5㎚ 크기로 합성했다.
제작된 나노촉매 시스템은 전류-전압 측정을 통해 기본적인 특성을 확인했고 이후 핫전자와 촉매활성도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수소 산화반응을 반응기 내에서 수행했다. 이를 통해 나노입자 크기에 따른 촉매활성도 및 촉매 에너지를 정략적으로 비교하는 데 성공했다.
측정 결과 나노촉매 크기가 1.7㎚인 경우 나노촉매 크기가 4.5㎚일 때보다 표면 화학전류 생성 효율이 5배 높았고 촉매활성도도 5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나노촉매 표면에서 발생한 핫전자가 효과적으로 화학전류로 검출되는 것이 곧 촉매활성도를 반영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박정영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그룹리더는 “이번 연구는 나노 물질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촉매와 핫전자 간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며 “핫전자를 이용한 고효율 나노촉매 개발과 에너지 소모 절감을 통해 에너지 ·환경 분야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화학분야 국제저널 ‘안게반테케미(Angewandte Chemi International Edition)’ 2월 4일자 온라인에 게재됐고 논문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핫 페이퍼(Hot paper)에 선정돼 오는 28일 발간될 저널 속표지(frontispiece)로 게재될 예정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