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은행의 ‘핀테크’ 사업 진출이 가능하도록 금융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한다. 전자상거래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허용을 통해 은행업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목표다.
닛케이신문은 일본 금융청이 다음 달 3일 금융위원회 총회를 열고 금융지주회사 규제완화 방안을 논의한다고 25일 보도했다.
우선 관계자가 참여하는 회의체를 구성하고, 제도 재검토에 착수해 이르면 내년 정기국회에 새 법을 제출할 방침이다. 금융지주회사 관련 법 개정 검토는 지난 1998년 규제완화 이후 처음이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며 정보기술(IT)과 금융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 세계적으로 미국 페이팔, 중국 알리바바 등의 결제 서비스가 급속히 보급되며 ‘핀테크’란 신조어가 업계 키워드로 떠오른 상황이 반영됐다.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국 은행이 과도한 규제로 경쟁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실제로 미국 시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금융 업체들은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등 금융 관련 IT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금융청은 지주회사의 경영 리스크 관리를 엄격히 하는 조건으로 금융그룹이 은행업무와 관련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은 IT 벤처기업 등과 공동출자 자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모바일 결제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기 쉬워져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수수료가 인하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금융지주의 경영 효율화도 꾀한다. 현재 분리돼 있는 국채 등 자금 운용을 자회사로 통합할 수 있게 하고, 지방은행 사이에서 진행 중인 합병의 효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일본 금융기관은 미국 금융지주회사(FHC)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미국은 FHC의 은행업무를 보완하는 사업에 대해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개별적으로 판단해 인정한다. 은행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거나 본업과 무관한 분야에 대한 출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