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구리나노입자를 잉크처럼…신개념 전극 제조기술 개발

미래 전자소자 기술은 대면적 기판에 적용할 수 있는 저가의 소재·공정기술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바탕을 두고 휘어지는 유연 기판에 다양한 기능성 소자를 제작하는 것이 추세다.

[한눈에 보는 과학뉴스]구리나노입자를 잉크처럼…신개념 전극 제조기술 개발

소자 제작에는 다양한 적층화 공정에서 전극소재가 필요하며 기존의 증착 및 광학전사법 이외의 신규 소재 및 공정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최근 금속나노입자 기반 인쇄형 전극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특성 및 공정성이 우수한 은나노입자가 대표적이지만 높은 생산가격으로 한계가 있다.

은나노입자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가격 경쟁력과 전기 전도성이 높은 구리나노입자다. 그러나 구리나노입자 기반 전극형성 기술은 구리나노입자 표면에 산화막이 형성되는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구리나노입자 표면에 산화막이 형성되면 전기가 잘 흐르지 않기 때문에 전자배선에 쓰이는 구리나노입자의 표면 산화막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높은 열처리 온도 등 공정상 제약점도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구리나노입자를 전극 제조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최영민·정선호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 박사팀은 구리나노입자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전자회로를 만들 수 있는 전극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표면의 산화막 형성을 막아주면서 나노입자를 합성할 수 있는 구리나노입자 합성기술과 1000분의 1초 단위 광열처리 기술을 이용해 공기 중에서 인쇄형 구리배선을 연속으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1000분의 1초 단위 광열처리 기술은 기존의 열에너지를 이용한 열처리 공정과 달리 순간적인 광조사로 나노입자 기반 박막의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구리나노입자 활용의 한계점으로 여겨진 산화막 형성을 극복하고 추가적인 공정 없이 일반 공기 중에서 연속적으로 제조하는 기술을 제시한 연구다. 미래 유연소자용 배선을 높은 전도성을 확보하면서 저가로 간편하게 제조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공정기술은 연속 제조가 가능한 ‘롤투롤(roll-to-roll)’ 공정에 적용할 수 있으며 순간적인 광조사로 구리입자의 확산 움직임을 적층소자구조에서 효율적으로 제어해 우수한 성능의 소자를 제작할 수 있음을 밝혔다.

연구팀은 고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응용제품 개발 및 시장 개척이 기대되며 3차원 프린팅 공정을 활용한 다양한 구조의 소자 제작 기반기술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민 박사는 “은나노입자 기반 기술은 가격이 비싸고 기존 구리입자 기반 기술은 열처리 온도가 높아 유연기판에 적용하기 어려우며 산화방지를 위해 비활성 가스도 주입해야 하는 등 공정상 제약이 있었다”면서 “이번 연구로 터치스크린, 전자파 차단 필름 등에 쓰이는 연성회로기판 전자회로를 구리나노입자 기반 인쇄형 전극으로 제조할 수 있게 됐으며 미래 플렉시블 전자산업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 성과는 국내 전자소자 회사 두 곳에 기술이전돼 상용화가 2~3년 내 이뤄질 예정이며 산업계 응용을 보다 확장하고자 추가적인 상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선호 박사는 “구리 전자잉크에 바탕을 두고 섬유, 의류 등에 적용이 가능하도록 쉽게 늘어날 수 있는 회로를 3D 프린팅으로 인쇄하는 기술을 추가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Nanoscale)’ 2월 21일자 내부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