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제값 주기’가 시험대에 올랐다. 상반기 1215억원 규모로 추진되는 전자정부지원사업이 그 대상이다. 행정자치부는 전자정부 사업 재하도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SW업계 오랜 숙원이 현실화될지 관심이다.
전자정부 사업에서 SW 제값 주기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은 고무적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관련 사업의 원격지 개발과 기술 지원 허용은 괄목할 만한 변화다. 지금까지 지역 공공사업에 참여한 중소 SW기업은 현지에 개발자를 파견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SW 유지보수다. 몇 달씩 현지에 머물며 밤샘 작업을 진행했다. 체류·교통비 등 추가 비용 때문에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개발자도 고단한 타지 생활에 불만을 토로한다.
한 중소 SW기업 임원은 “지역 SW 산업 활성화를 위해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본 취지였다”며 “하지만 지역 SW 기업이 부족해 파견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SW 기업은 온라인으로 기술 지원에 나선 지 오래다. 정보기술(IT) 강국을 자랑하는 국내 SW 기업은 왜 직접 인력을 파견하며 추가 비용을 감수할까. 업계에서는 만연한 ‘갑’ 문화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사업 담당자가 파견 인력을 직접 관리·감독해야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고급 개발자 요구도 풀어야 할 숙제다. 코딩처럼 단순 작업에도 초급 개발자를 기피하는 관행으로 업계 출혈이 만만치 않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업무 효율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요구가 사업 계약서에 명시되지는 않는다. 계약 추진 시 발주자가 구두로 추가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의미다. 억울해도 업체는 발주자 요구를 들어야 한다. 다음 입찰에 불이익을 안 받기 위해서다.
여전히 서면(계약서)보다 말(구두)이 강하다. 달리 말하면 제도보다는 관행이 앞선다. 그래서 전자정부 지원 사업은 공공 SW 사업의 모범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SW 제값 주기는 제도뿐 아니라 문화로 정착돼야 풀린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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