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각)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전시관은 단연 ‘홀3’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가 부스를 꾸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심히 보면 갤럭시S6를 공개한 삼성전자와 G플렉스2를 선보인 LG전자가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서 있는 가운데 화웨이와 ZTE, 레노버, 소니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이 중국과 일본 업체에 포위된 것과 흡사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MWC 2015를 자세히 살피면 중국과 일본 스마트폰이 첨단 기술력과 싼 가격을 무기로 한국 스마트폰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일·대만 스마트폰 중저가 ‘파상공세’
이번 MWC 2015에 참가한 중국과 일본, 대만 국적 스마트폰 제조사는 어림잡아도 10여곳에 이른다. 소니, 화웨이, 레노버, HTC 등은 물론이고 ZTE, 샤오미, 에이수스 등도 이제는 익숙한 이름이다. 이 업체들이 스마트폰을 한 대만 출시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합한 것보다 다섯 배나 많은 물량을 쏟아낼 수 있다. 내수 시장을 잘 방어한다고 해도 중국이나 대만, 일본 시장에서는 점점 이들 현지 업체들에 밀릴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모두 상반기 최고 기술력을 동원한 전략 제품을 출시하거나 출시할 계획이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화권과 일본 스마트폰 제조사의 최대 무기는 낮은 가격이다. 가장 비싼 축에 드는 대만 HTC의 원M9 가격도 649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70만원 정도다. 1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 갤럭시S6 엣지는 물론이고 90만원 수준인 LG G플렉스2와도 가격 차이가 있다. 다른 제조사로 가면 가격은 더욱 내려간다. 대부분 20만~3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Z4’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소니마저도 전략을 수정해 30만원대 중저가폰 ‘엑스페리아 M4 아쿠아’를 전면에 내세웠다. 에이수스(ASUS) 젠폰2는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배터리 성능이 모두 뛰어남에도 가격은 199달러에 불과하다. 알뜰폰 등 실용적 통신생활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런 스마트폰이 국내에 대거 유입되면 우리나라 내수시장이 외산 업체에 잠식당할 위험도 있다.
◇기술력·디자인 일취월장
그렇다고 이들 스마트폰의 기술력이 크게 부족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숫자상으로는 ‘현존하는 최고의 스마트폰’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삼성 갤럭시S6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제품이 많다. 화웨이 미디어패드 X2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기린 93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채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7인치 대형 스마트폰으로서 배터리 용량이 5000㎃h나 된다. 일반 스마트폰의 두 배다. HTC 원M9은 카메라 화소가 후방 2070만, 전방이 400만이나 된다. 후방카메라 화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샤오미 ‘미 노트 프로’는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갤럭시S6과 비슷한 수준이다. 디자인 역시 크게 발전해 외관만 놓고 보면 오히려 중국·대만 제품이 더 화려하고 개성있다고 생각될 정도다.
지문인식 등 생체인식을 통한 보안 기술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화웨이는 이번 전시회에 360도 회전해도 인식할 수 있는 지문인식 기술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어느 방향에서 엄지를 대더라도 이를 인식해 식별할 수 있다. ZTE는 홍채인식 기술인 ‘아이프린트 ID’를 선보였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으로 눈동자의 특정 패턴을 파악해 사용자를 인식한다. 편리하면서도 안전하다는 게 ZTE 측 주장이다. ZTE는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로 홍채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획득했다. 이밖에 일본 후지쯔 역시 동공인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며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이번 갤럭시S6에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해 향후 생체인식을 통한 보안기술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 레노버는 A7000 모델에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 돌비 애트모스(Atmos) 기술을 적용해 음악감상 기능을 강화하는 등 특화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갤럭시S6 엣지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최소 수년 간 후발주자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다”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스마트폰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술을 더욱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