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0가구 중 6가구는 케이블TV를 통해 TV를 시청한다. 그런데 케이블TV 디지털 전환율은 50%에 못 미친다.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 비율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아직도 많은 국민이 선명한 화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청하는 셈이다.
일본 케이블TV 업계가 이달 아날로그 방송 시대를 접는다. 총무성 요청에 따라 이달 말까지 일본은 47개 행정구역에서 순차적으로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완전 종료한다. 일본은 2011년 지상파 디지털 전환 때 케이블TV 전환 일정도 명시해 온 국민이 디지털 화질과 첨단 기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폈다.
우리 정부는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TV 디지털 전환 일정을 강제하지 않았다. 케이블업계 자율에 맡긴 것이다.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왔지만, 수면 밑에 가라앉았다.
케이블TV 디지털 전환은 당사자인 업계 의지와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업계는 미래 투자보다 당장의 수익에 연연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구조적으로 케이블TV 의존율이 막대한데도 정책 부재로 많은 국민이 디지털 혜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는 2017년까지 100%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케이블TV업계 자율에 맡기는 현 방식으로는 남은 3년 내 이를 달성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다. 업계는 내심 최대한 많은 정부 지원을 기대한다. 서두르기보다 정부 눈치를 보면서 지원을 이끌어낼 방안을 찾고 있다.
끼진한 디지털 전환을 IPTV 탓으로만 돌리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통해 가입자들이 디지털케이블에 가입할 동인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수익 구조를 높일 수 있는 첨단 서비스 개발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업계가 적극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도 차세대 방송 투자는 케이블TV업계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