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3’의 핵심 기술이 경쟁 차종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모터는 개발 단계부터 경량화 설계로 업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확보했다. 차체에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채택해 차량 무게를 줄임으로써 주행거리 성능을 높였다. 또 삼성SDI가 공급하는 배터리 셀을 제외한 주요 부품은 유럽 업체를 중심으로 소싱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는 자동차부품연구원이 국내서 처음 시도한 i3 티어다운(분해·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모터와 배터리, 차체, 전자제어장치(ECU) 등 i3의 주요 부품에 적용된 핵심 기술을 집중 해부한다. 또 국산 대표 전기차인 기아차 ‘쏘울EV’와의 비교를 통해 국내 친환경차 부품 기술 개선 방향을 살펴봤다.
◇BMW i3, 모터 기술 혁신에 집중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없이 고전압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돌려 동력을 제공한다. 특히 모터는 내연기관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핵심 중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i3 모터의 우수성은 기본적으로 공개된 스펙에 무게 등의 정보를 추가할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i3 모터의 최고출력은 125kW, 최대토크는 250Nm에 달한다. 이번에 티어다운을 통해 확인된 정확한 무게는 ‘48㎏’이다. 닛산 리프(79.9㎏), 르노 플루언스(57.4㎏), 테슬라 모델S(84.6㎏) 등 경쟁 모델에 탑재된 모터에 비해 최대 40% 이상 가볍다. 하지만 이처럼 가벼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i3의 최고출력은 오히려 닛산 리프(80kW), 르노 플루언스(70kW)보다 높다. 경쟁 모델보다 가볍지만 더 강력한 힘을 뿜어낸다는 의미다.
특히 모터 최고출력을 kW당 무게로 환산할 경우, i3 모터의 효율은 ‘0.38㎏/kW’로 나타났다. 이는 상대적으로 고출력 성능(225kW)을 갖춘 테슬라 모델S에 탑재된 모터(0.37㎏/kW)와 동등한 수준이다. 닛산 리프와 르노 플루언스는 각각 0.99㎏/kW, 0.82㎏/kW로 나타났다.
이처럼 모터 무게를 줄이고 성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모터 내에 장착되는 영구자석의 크기를 다르게 설계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성시영 자동차부품연구원 소재융합디자인연구센터장은 “BMW는 i3 모터 내부에 장착되는 두 개의 영구자석 크기와 형상을 다르게 설계함으로써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출력이 높은 고성능 모터를 만들었다”며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의 소재는 물론이고 핵심 부품의 경량화에 가장 역점을 뒀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8.8kWh 고출력 배터리, 삼성SDI 셀이 ‘한몫’
BMW i3 중앙 하단에는 18.8kWh 용량의 고출력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배터리 팩 내부는 8개의 배터리 모듈과 냉매를 이용한 냉각장치 및 배터리관리시스템(BMS)으로 구성된다. 삼성SDI는 한 개의 모듈 안에 12개씩 들어가는 각형 배터리 셀을 공급한다. BMW는 이 셀을 공급받아 자체적으로 모듈과 팩을 제작한다.
주목할 점은 배터리 팩의 무게가 차량 무게의 2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i3 배터리 팩의 무게는 235㎏으로 전체 차량 무게(1300㎏)의 18%를 차지했다. 주행거리 연장을 위해 배터리 용량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배경이다.
그나마 i3는 차량 경량화를 통해 완전 충전상태에서의 주행거리 132㎞를 구현했다. 기아차 쏘울EV의 주행거리(148㎞)가 더 길지만 배터리 용량(27kWh)은 i3보다 40% 이상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 배터리 효율성은 i3가 높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전기차 주행거리는 모터 성능과 배터리 용량, 차량 무게 등 복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순수 전기차로 개발된 i3 파워트레인의 효율성이 더 돋보인다는 평가다.
◇유럽산 부품이 대부분…CFRP 제조 공정도 강점
파워트레인, 열관리, 샤시 및 브레이크, 내외장재, 차체 등 5개 부문으로 살펴본 i3의 주요 부품들은 대부분 유럽 업체가 공급했다. 보쉬, 델파이 등이 주력 협력업체다. 또 동유럽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이 많고, 일부 부품은 대만과 중국에서 소싱한 부품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비게이션 및 텔레매틱스 모듈에 탑재되는 반도체는 프리스케일과 퀄컴이 공급한다.
한국산 부품은 삼성SDI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이 유일했다. 하지만 모듈 단계가 아닌 기초 부품 및 소재의 경우, 한국산 부품이 더 탑재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성시영 센터장은 “2013년 하반기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i3 누적판매가 1만4000여대를 넘었지만 대량 생산과 판매를 겨냥한 모델은 아니다”라며 “모터 등 핵심 파워트레인 기술과 경량 소재 등은 뛰어나지만 일반 부품의 경우 우리나라 기술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i3의 경쟁력은 CFRP 차체 제조 공정에도 있다는 분석이다. CFRP가 차체에 쓸 수 있을 정도의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제조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BMW는 자체 기술로 공정을 절반 이상 단축한 공정으로 개발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