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반도체 후공정 장비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낸다. 반도체 시장이 지난 수년간 실적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최근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후공정 장비 시장까지 훈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중장기 성장을 위해 차세대 기술과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실함도 영향을 미쳤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유니테스트, 테크윙 등 반도체 후공정 장비사들은 올해 신기술 연구개발에 속도를 낸다. 지난 수년간 겪은 실적 침체에서 벗어났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와 내년까지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연구개발에 투입할 자금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늘 자금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에 넉넉히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온전히 연구개발에 투입해 미래 신기술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 진출도 꾀하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한미반도체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중화권 반도체 후공정 장비 시장 투자가 늘어나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264.6% 늘어난 490억원, 매출은 0.4% 증가한 1923억원을 달성했다.
한미반도체는 웨이퍼를 절단·분류하는 ‘비전 플레이스먼트’ 장비와 불량을 자동 검사하는 ‘3D 비전 인스펙션’ 장비에 이어 인쇄회로기판(PCB)에 직접 칩을 부착하는 새로운 ‘플립칩 본더’ 장비까지 시장에 안착시켰다.
회사는 지난 몇 년간 개발해 신사업으로 추진해온 반도체·태양광·LED 장비 사업의 시장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올해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유니테스트는 지난해 매출 625억원으로 282.6% 성장했다. 영업이익 82억원을 달성해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번인 기능과 메모리 테스트 기능을 통합하고 속도를 개선한 신제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DDR4와 LPDDR4 시장이 커짐에 따라 지난해 중순부터 관련 장비 공급도 시작했다. 올해 제품 성능 개선에 더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시공하는 신사업도 속도를 낸다. 그동안 태양광용 인버터와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개발해 납품했다. 지난해 새롭게 설치·시공 사업에 총괄 역할로 참여하면서 이 분야에서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50억원 달성이 목표다.
메모리용 테스트 핸들러 장비 기업 테크윙은 지난해부터 새롭게 비메모리용 테스트 핸들러 공급을 시작하면서 올해 이 시장 확대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테스트 핸들러는 반도체 후공정 중 칩 완성품을 최종 검사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 중 하나다. 테크윙이 세계 시장 점유율 50% 이상 차지한다. 새롭게 비메모리 반도체용 장비를 공급하며 매출원과 시장을 다각화하는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반도체 자동화 설비 관련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기존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중기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내 안성공장 증설 규모도 확정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