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부품이 있다. 전기라는 ‘힘’을 부여하는 파워모듈이다. 단순 전력 공급에서 변환, 안정성 및 효율성 확보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기기의 인버터 및 컨버터 등 전력변환기에 사용되며 구성 회로에 따라 여러 제품군이 있다. 인버터는 직류를 교류로 바꿔 전원을 공급하고 컨버터는 반대로 교류 신호를 직류로 바꾼다. 용처별로 내압·전류치, 크기, 실장되는 파워반도체 수 등 사양도 제각각이다.
파워모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전력을 변환하는 절연게이트형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와 다이오드를 여러 개 실장해 전용 케이스에 넣은 IGBT모듈이 첫째다. 여기에 과전류·과열 등의 보호 회로를 더하면 전류센서 내장형 전력관리모듈(IPM)이 된다. 금속산화막실리콘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OSFET)를 실장한 MOSFET모듈도 파워모듈의 일종이다.
◇세계 파워모듈 시장, 얼마나 커졌나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세계 파워모듈 시장을 출하금액 기준 37억2000만달러로 추산했다. 2013년보다 13.4%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3년 출하액은 전년대비 11.2% 증가한 32억8000만달러였다. 올해는 45억6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파워모듈 수요는 크게 산업용과 가전용으로 나뉜다. 특히 작년에는 산업용 기기 시장에서 수요가 컸다. 자동차 생산대수가 늘고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시장이 성장했다. 산업용 로봇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NC공작기계용 등 관련 설비의 판매량과 함께 상대적으로 고부가인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에선 현지 업체들의 범용 인버터 판매가 급증했다. 범용 인버터는 공장 설비의 팬·펌프에서뿐 아니라 인버터형 에어컨에 주로 쓰인다. 에너지 절약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버터형 에어컨 판매가 늘었다. 지난 2011년 저장성 고속철도 사고가 일어나면서 주춤했던 철도용 인버터 수주도 중국 정부 신실크로드 정책이 추진되면서 재개됐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도 일본에서 태양광 발전소 설치가 이어져 메가솔라용 파워컨디셔너시스템(PCS) 수요가 꾸준했다. 이 시장에선 내압 1200V 이상인 파워모듈이 주로 채택된다. 차량용 파워모듈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 하이브리드카(HV)·전기자동차(EV)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부터 소비세가 인상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
◇세계 파워모듈 시장, 산업용·차량용 시장이 이끈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파워모듈 시장은 올해부터 5년뒤(2020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CR) 12.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동력은 자동차용 파워모듈과 산업기기 및 IT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등 파워모듈의 고급화가 진행되는 산업군이다.
가장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시장은 전동파워스티어링(EPS), HV·EV용 인버터, 차량 내장형 에어컨에 탑재되는 파워모듈 등 자동차용 파워모듈이다. EPS는 차량에 발전기와 배터리를 넣어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드는 힘을 줄이는 장치로, 연비 향상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쓰인다. 지금까지는 전력 디스크리트들을 여럿 실장해 만들었지만 파워모듈이 소형화하고 가격도 내려가 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계가 공장 설비 전력효율성을 꾀하면서 기존 설비의 범용 인버터를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야노경제연구소는 밝혔다. 파워모듈을 탑재하는 100kVA 이상 무정전전원장치(UPS)도 중국·인도 등 신흥국에서 스마트빌딩이나 데이터서버를 구축할 때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기용 파워모듈도 메가솔라용 PCS가 기존 2단계 회로에서 3단계로 바뀌는 추세다. 3단계 회로는 전압 레벨을 세 개로 나눠 제어해 종전보다 전력변환 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량을 줄여 PCS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야노경제연구소는 오는 2020년 파워모듈 탑재 수량이 올해 1억2553만여개에서 절반가량 늘어난 2억2224만8000개로, 시장 규모는 출하액 기준 총 80억3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