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케이블TV, 유료방송의 기틀 다졌다

[이슈분석]케이블TV, 유료방송의 기틀 다졌다

케이블TV가 출범 2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995년 정보사회를 주도할 뉴미디어 매체를 천명한 이후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케이블TV는 그간 수준 높은 전문·지역 채널을 제공하며 지상파 방송과 함께 핵심 방송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산간 벽지·오지의 지상파 방송 난시청을 해소하는 데 일조하며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데도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케이블TV는 초고화질(UHD) 방송, N스크린 서비스, OTT(Over The Top) 등 차세대 미디어 시장에 진출하며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개척하다

케이블TV는 1995년 3월 48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9만7463가구를 대상으로 24개 채널을 송출하는 본방송에 돌입했다. 공보처가 케이블TV 도입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종합유선방송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지 만 5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종합유선방송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및 고용 증대를 촉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케이블TV는 출범 당시부터 정부·산업계로부터 뉴미디어 산업을 이끌 다매체·다채널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케이블TV가 개국하면서 국내 방송 시장에 다채널 방송과 본격적 유료방송 시장이 개막했다”며 “한국 방송 시장이 지상파와 케이블로 양분되면서 영상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도 확충됐다”고 설명했다.

1995년 1월 실험방송을 진행한 케이블TV는 당초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본방송 개국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전송망 구축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탓이다.

전송망사업자(NO)와 SO 간 단가 계약이 지연되면서 전송망 구축 일정이 늦춰졌다. 방송 장비 발주 일정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송출 신호를 변환하는 컨버터는 국산 제품이 인증을 받지 못해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전문 인력도 태부족이었다.

정부는 차질 없이 케이블TV를 개국하기 위해 별도 점검반을 구성했다. 종합유선방송협회는 그동안 추진 실적과 향후 과제를 면밀히 점검해 개국 일정을 소화했다.

업계는 본방송 이후 두 달간 컨버터 없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컨버터를 보급한 10만여가구와 케이블 방송 시청 가능 수상기(케이블 레디 TV)를 보유한 20만여가구를 합해 총 30만가구가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게 됐다. 한국 유료방송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된 셈이다.

9만가구에 불과한 시청자를 대상으로 송출을 시작한 케이블TV는 2015년 현재 1400만가구를 웃도는 가입자 수를 확보한 거대 방송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생존을 위한 선택, 인수합병(M&A)

케이블TV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본방송 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막대한 투자비용, 누적된 적자, 외환 위기라는 3중고에 시달리며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1997년 여성채널 GTV가 모기업 경영난으로 부도를 맞았다. 다솜방송과 기독교TV는 1998년 잇달아 최종 부도 처리됐다. 동아그룹 동아TV는 같은 해 10월 방송을 일시 중단했다. 삼성 캐치원, 현대 현대방송, 대우 DCN 등 대기업이 줄줄이 시장에서 이탈했다.

당시 이상식 계명대 교수는 “방송 환경 변화에 따라 3분야 사업자(SO·PP·NO) 구도를 전면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를 허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SO·PP 간 수직 결합으로 좋은 채널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9년 개정된 ‘종합유선방송법’은 케이블TV 구조조정을 촉발시켰다. △SO·PP·NO 간 상호 겸영 허용 △MSO 허용 △대기업·외국인의 SO·PP(보도채널 제외) 지분 33%로 확대 등을 담았다.

MSO는 지난 2000년 사업자 한 곳이 15개 SO를 소유할 수 있다고 명시한 통합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본격화됐다. 2008년에는 MSO가 전체 77개 방송권역 가운데 25개를 소유할 수 있도록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티브로드는 지난 1997년 7월 안양방송을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23개 SO를 확보했다. 2000년 5월 천안방송·중부방송을, 7월 수원방송을 각각 인수했다. 2001년 7월에는 경기연합방송을 설립했다. 2003년 10월에는 MSO 한빛아이앤비를 전격 인수하며 8개 SO를 추가로 확보했다.

티브로드가 지난 2009년 2500억원에 인수한 큐릭스는 SO 소유 규제가 완화된 이후 첫 사례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티브로드는 큐릭스의 7개 지역 7개 SO를 흡수하면서 전국에 22개 SO를 보유한 최대 MSO로 부상했다. 티브로드는 지난 2013년 대구케이블·TCN대구를 인수하면서 SO 수를 23개로 늘렸다.

케이블 관계자는 “티브로드가 대규모 M&A를 감행한 것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위성방송, IPTV 등 전국 권역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몸집 불리기가 필수였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은 2000년 양천방송을 인수하면서 SO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같은 해 경남방송과 마산방송을 인수했다. 2002년 가야방송, 중부산방송을 잇달아 흡수하며 MSO CJ케이블넷(현 CJ헬로비전)을 출범시켰다. 최근에는 강원방송 등 5개 SO를 인수하며 티브로드와 동일한 23개 SO를 소유하게 됐다.

올해는 17개 SO를 보유한 씨앤앰이 유료방송시장 M&A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가 씨앤앰을 인수하면 단숨에 400만~650만가구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유료방송 업계 최대 사업자인 KT(약 600만가구)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다. 씨앤앰 인수전 결과는 티브로드의 큐릭스 사례 이상의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차세대 미디어를 선점한다

케이블TV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UHD 방송 전용 채널 유맥스(UMAX)를 상용화했다. 그동안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수년 전부터 실험방송을 하며 UHD 방송 상용화를 타진했다. 유맥스는 정부가 마련한 UHD 기술 기준을 기반으로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국이 UHD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케이블TV는 유맥스 개국에 따라 UHD 방송 시장이 개화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8조9000억원에 달하는 생산 유발 효과와 함께 부가가치 효과 2조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작, 송출, 사후서비스(AS) 부문에서는 3만6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1995년 케이블TV 출범 당시 기대한 경제효과가 케이블 UHD 방송에서 재현되는 셈이다.

케이블TV협회는 “UHD는 국내 방송 산업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비주얼 솔루션”이라며 “오는 2017년까지 약 6500억원을 투자해 UHD 산업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블TV 업계는 N스크린 서비스, OTT 등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스마트기기 대중화에 따라 고정형 TV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 시청 형태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은 N스크린 서비스 ‘티빙’에 이어 지난해 동글형OTT 티빙스틱을 출시했다. 티빙스틱을 사용하면 티빙이 보유한 방송 콘텐츠 수만편을 각각 대형 TV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다. 콘텐츠와 클랫폼을 함께 제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전략이다.

티브로드는 디지털 케이블TV 셋톱박스와 스마트기기를 연동해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모바일TV 솔루션을 출시했다. 현대HCN과 씨앤앰은 UHD 셋톱박스를 앞세워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CMB는 최근 창사 50주년을 맞아 와이파이 모듈을 탑재한 셋톱박스를 출시하며 가격 경쟁력을 마케팅 전면에 앞세웠다.

케이블TV 관계자는 “디지털 방송 대중화에 따라 수신료 중심 케이블TV의 수익구조가 다각화됐다”며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을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