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7> B2B 기업 생존전략

▲오늘의 고민

부품 제조업체 A사의 오 대표. 고객사와의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아 불안하다.

경쟁업체들도 벌써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매번 이런 식으로 언제 거래가 끊길지 몰라 마음 졸이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고객사를 꼼짝 못하게 할 방법, 어디 없을까?

▲오늘의 성공스토리-최종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시마노’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고객사를 붙잡을 방법으로 B2B2C 전략을 제시했다. B2B2C가 뭘까? 보통 B2B 업체는 제품을 직접 납품하는 고객사에게만 집중한다. 반면에 B2B2C 업체는 제품을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에게도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가령 브랜드 라벨을 부품에 붙여 눈에 띄게 하거나, 최종 소비자를 타깃으로 마케팅도 한다. 열심히 눈도장을 찍다 보면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부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사용 후 만족하면 일부러 그 부품을 쓴 물건만 찾게 된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자연스럽게 그 부품을 쓸 수밖에 없게 되는데 필립 코틀러는 이 과정을 ‘견인 효과’라고 칭했다. 컴퓨터 부품업체인 ‘인텔’이 이 ‘견인 효과’를 잘 활용했다. 사람들이 인텔 칩이 들어간 컴퓨터만 찾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B2B2C전략은 인텔처럼 큰 기업만 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사카의 동네 철공소에서 시작해 최고의 자전거 부품 업체로 성장한 `시마노`의 예를 보자. 시마노는 자전거 부품업계의 1인자로 ‘시마노가 없으면 세계 자전거 8할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자전거 매니아들은 자전거 구매 시 브랜드보다 어떤 등급의 시마노 부품이 들어갔는지를 더 꼼꼼히 따진다.

시마노는 어떻게 B2B2C 전략을 펼쳤을까? 우선 부품을 만들 때부터 시마노를 드러냈다. 소비자에게 기억될 수 있는 특유의 디자인에 신경을 썼고 거의 모든 부품에 `시마노`의 로고를 크게 박았다. 이는 당시 자전거 부품 업계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이후 품질에 만족한 소비자들은 로고를 통해 시마노를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됐고, 이 부품이 들어간 자전거를 점점 더 많이 찾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종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도 펼쳤는데 자전거 페스티벌도 열고 세계 최대 자전거 박물관을 운영하는 등 소비자가 시마노와 더 친해지도록 만들었다. 또 카페형 점포를 열어 소비자가 전문가에게 부품에 관한 강의도 듣고, 직접 구경도 할 수 있게 했다. 시마노는 자전거 레이싱 대회를 열고 선수들을 지원하기도 했는데, 오랫동안 시마노 부품을 애용해 온 선수들이 세계적 자전거 레이싱 대회에서 속속 우승하면서 이런 노력이 극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선수뿐 아니라 사용한 장비도 TV 중계나 기사로 자세히 알려지는데, 이를 계기로 선수는 물론이고 일반인까지 시마노를 확실히 인식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당시 대세였던 유럽의 부품 업체들은 점점 힘을 잃어갔고, 시마노 부품을 단 자전거가 인기를 끌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시마노 부품에 의존하는 자전거 제조업체는 단순한 유통업체가 됐다’고 평할 정도로, 시마노는 부품 업체로서의 힘이 막강해졌다. 시마노는 2013년에도 전년 대비 매출을 10% 더 올리며 여전히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탈리아의 70년 전통 신발 밑창 제조사, 비브람 역시 같은 전략을 썼다. 비브람은 모든 밑창에 노란 로고를 넣는 걸로 유명하다. 만약 신발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거래를 하지 않았다. 로고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광고도 하고 달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의 신발 밑창을 교환해주는 등 최종 소비자가 비브람 밑창의 팬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덕분에 비브람은 전 세계 1000여개 신발 제조업체에 밑창을 공급하게 됐고 프라다 같은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먼저 찾게 됐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언제 B2B 고객을 뺏길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고객사만 상대로 하는 영업에서 벗어나 시마노와 비브람처럼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적극적으로 제품을 알리자. 고객사를 꽉 붙잡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윤희정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제작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