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고폰 선보상제’를 실시한 통신 3사에 과징금 34억여원을 부과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전기통신사업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선보상제 운영과정의 문제일 뿐 제도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고 결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통 3사의 중고폰 선보상제에 34억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는 선보상제가 △18개월 후 중고폰 반납 시 반납조건이 명확하게 고지되지 않은 점 △특정요금제와 연계해 가입자를 차별한 점 △일부 이통사가 지원금을 과다지급한 점 등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위법성이 약하고 조사에 적극 협력했다는 점을 들어 SK텔레콤과 KT에 각각 50%, LG유플러스에 30%의 과징금을 감경해주기로 했다.
방통위는 선보상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성준 위원장은 “선보상제 자체가 위법하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며 “위원회가 지적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운영하면 위법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고폰 선보상제는 지난해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 3사가 도입한 것으로 18개월 후 중고폰 값을 휴대폰 구입 당시에 미리 당겨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단말기 구입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으나 우회지원, 18개월 후 반납기준 불명확 등의 논란이 일면서 지난 2월 말까지 3사가 일제히 폐지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선보상제와 함께 후보상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됐다.
이통 3사는 12개월 또는 18개월 후 중고폰을 반납하면 남은 단말할부금을 면제해주는 후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반납시점의 중고폰 시세와 남은 할부금 간 차액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아울러 이통 3사가 어쩔 수 없이 선도업체를 따라갔다는 해명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과 관련, 방통위가 선제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은 “어떤 제도가 문제되면 이통사들은 선도업체가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정부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서 따라갔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며 “유권해석 등 시장 예측가능성을 조기에 부여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