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IC카드 결제기 보급사업에 `NFC결제` 연동 신경전

카드업계가 약 1000억원 기금을 조성해 보급하는 IC카드 결제 단말기에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연동 여부를 놓고 카드사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모바일카드 시장에 공격적인 카드사는 중복투자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NFC 결제’를 연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플라스틱 카드 점유율이 높은 카드사는 ‘IC카드 결제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약 1000억원 자금을 투입해 보급되는 영세가맹점 대상 IC카드 결제 단말기에 NFC결제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나카드와 비씨카드 등 모바일카드 부문에 기술력을 보유한 카드사가 IC단말기 보급에 앞서 ‘NFC 연동’ 의무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등은 단말기 제조가격만 올라가고, 일부 카드사 인프라만 확충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판매시점관리(POS) 등 카드 결제 단말기 보안 강화를 위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 영세가맹점에 IC기반 결제 단말기를 무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수십만대 단말기가 보급되면, 마그네틱(MS) 카드 기반에서 IC기반 결제 형태 물꼬를 트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애플, 구글, 은련 등 해외 모바일결제 기업이 잇따라 NFC결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고, 모바일기반 결제 형태가 ‘긁는’ 방식에서 ‘찍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삼성페이가 자기장 방식과 NFC 방식 모두를 수용한 것도 이 같은 범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작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카드사의 입장이 엇갈린다. 특히 정부가 모바일카드 단독 발급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NFC 기반 결제 인프라를 확대 중인 하나카드와 비씨카드는 IC카드 단말기에 NFC 기능을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전 세계가 NFC 기반 결제로 움직이고 있는데, 한국만 IC카드 결제만 고수한다면 결국 나중에 NFC 기반 인프라를 또 한번 확충해야 하는 중복투자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카드 등 플라스틱 기반 시장점유율이 높은 카드사는 NFC연동 작업에 대해 부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사 관계자는 “NFC 기반 결제가 확대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공목적으로 추진 중인 IC카드단말기에 NFC를 연계하는 건 일부 카드사 인프라만 확충해주는 셈”이라며 “NFC결제 인프라를 IC단말기에 연동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NFC 기반 카드사 주도권 다툼이 자칫 모바일결제 시장을 ‘내수용’으로 전락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애플, 구글, 페이팔 등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때 ‘NFC 기반 결제’ 인프라를 확보하지 않으면 시장 자체가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