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온다. 지금부터 30년 후인 2045년 이야기다.
인간 수명이 130세를 넘고 국가와 가족은 해체된다. 믿어도 될까.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노동시장을 대체하고 사물인터넷이 형사사법제도조차 바꿀 수 있다는데 가능한 일인가.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를 3월 16일 오후 2시 사무실에서 만난 것은 이런 점이 궁금해서다. 그는 2045년 미래상을 예측한 유엔미래보고서를 펴낸 저자다. 박 대표는 이 책에서 인간 4.0과 국가 해체, 인터넷 대기업, 디지털 통화, 인간두뇌 업로드, 몰입 인생, 인공지능로봇, 사물인터넷, 합성생물학, 가족 해체와 같은 10가지 메가트렌드를 제시했다.
“2045년이면 나노기술과 합성생물학, 인공지능이 발달해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이후는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따라 미래도 달라진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만이 바꿀 수 있다. 미래를 모르면 쓸모가 없는 지식과 일을 배우는 데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 있다.”
그의 사무실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책상에는 컴퓨터 두 대가 쌍둥이처럼 놓여 있다. 한쪽 벽에는 제롬 글렌 세계미래연구기구협의회장과 피터 디아만디스 싱귤래리티 대학장, 지미 웰스 위키피디아 회장, 영생학자인 오브리 드 그레이 박사와 같은 세계 미래학자와 ICT기업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액자 21개가 걸려 있었다.
“유엔미래포럼은 1988년 유엔에서 미래과제를 연구하는 55개 지부 중의 하나다. 과학기술발전과 에너지, 물과 같은 지구촌 15개 과제를 연구한다. 본부는 1997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냈다. 한국은 2005년부터 유엔미래보고서 2045까지 모두 10권을 출간했다. 유엔미래포럼은 세계 싱크탱크 중 6위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9위다. 분야별 최고 전문가 3500명이 실시간으로 델파이 기법으로 조사한 내용을 10가지 메가트렌드로 제시했다.”
박 대표는 34년간 미래학에 전념한 국내 대표적인 미래학자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한 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육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한 영국대사관과 호주대사관에서 29년간 공보관, 홍보실장, 수석보좌관으로 근무했다. 현재 18개 미래 관련 국제기구의 한국대표 및 세계기후변화종합상황실 대표, 한국수양부모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화여대 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며, 연세대 생활과학대 실내건축학과에서 미래예측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를 켜고 마치 학생에게 강의하듯 급변하는 미래상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2045년이면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는데 왜 그런가.
“각종 첨단기술이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발전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기술이 인간을 넘어 새로운 문명을 만든다. 미국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이면 그런 시점이 온다고 주장했다.”
레이 커즈와일은 ‘제2의 에디슨’으로 불린다. 그는 열 일곱 살에 미국 MIT를 졸업했고 명예박사 학위만 18개다. 인공지능 대가로 음성인식기기와 관련한 특허 300개 보유자다. 현재 구글 글로벌브레인 기술 이사다.
“지난해 한국에서 상영한 ‘초월’이란 의미의 트랜센던스는 컴퓨터가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인간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진화하는 컴퓨터 미래상을 보여준 영화였다. 그게 우리가 만날 미래상이다.”
-2045년이면 인터넷기업이 대기업으로 등장한다고 예측했는데 근거가 있나.
“대기업은 몸집이 무겁다.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느리다. 코닥을 보라. 디지털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쓰러졌다. 세계 시가총액을 보면 1위가 애플이고 2위는 엑슨모빌이다. 3위 자리를 놓고 구글과 MS가 다투고 있다. 현재 인터넷 접속인구가 20억명이다. 피터 디아만디스 싱귤래리티 대학 학장은 2018년 접속인구가 70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20억명에도 인터넷기업이 1위인데 세 배가량 접속인구가 늘어나면 시가총액은 더 증가할 것이다.”
-국내 대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한전, 포스코도 미래예측을 하고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업은 다양한 첨단 분야에 진출했다. 5년 전에 애플은 편리하고 안전한 애플페이를 내놓았다. 구글은 무료결제 서비스인 월렛을 선보였다. 수수료가 들지 않고 편리하다. 이 일이 보편화하면 은행과 카드사는 사라질 수 있다.”
-삼성도 삼성페이를 올해 선보였는데.
“삼성페이는 삼성 수종사업 중 하나다. 그래핀사업과 바이오 의료 사업이 삼성 주력산업으로 발전할 분야다.”
-인공로봇이 인간 노동시장도 대체할 것이라고 보나.
“로봇이 제조 현장에 도입된 지는 오래전 일이다. 인공지능발달로 로봇이 우리 앞에 등장하고 인간 역할을 대체할 것이다. 구글은 로봇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같은 기업 8곳을 인수했다. 50만원대 개인 로봇을 출시하고 있다. 10년 안에 상용화가 목표라고 한다.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해 30분 이내 물건을 배송한다는 구상이다. 로봇 외과의로 유명한 다빈치 시스템은 인간보다 더 정확한 외과 수술을 한다. 손 떨림이 없고 센서를 탑재해 시간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의사와 약사도 사라질 수 있다.”
-언론도 영향을 받나.
“이미 로봇저널리즘이 등장했다. 컴퓨터가 간단한 기사작성을 하고 있다. 주식시장 시황과 경기토너먼트, 기술보고서는 컴퓨터가 기사를 쓴다. 2030년이면 뉴스의 90%를 로봇이 작성할 것이다. 2013년 3월 17일 LA타임스에 진도 4.4의 지진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컴퓨터가 작성했다. 손볼 데가 없었다고 한다. 데이터와 관련한 기사는 인공로봇이 기자들보다 더 정확한 기사를 작성한다. ‘2017년에는 컴퓨터가 퓰리처상을 받고 2030년이면 기사 90%를 인공지능이 작성할 것’이라고 내러티브 사이언스의 창업자인 크리스티안 해먼드가 말했다.”
-컴퓨터도 사라지나.
“2020년이면 몸속에 이식하는 바이오컴퓨터가 등장한다. 2025년이면 상용화가 가능하다. ”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과 소멸하는 분야는.
“무인자동차와 무인기 드론, 3D프린터, 인공로봇기술, 대용량 에너지 저장기술이 새롭게 등장한다. 이렇게 되면 택배업이나 제조업, 목수, 건축 노동자, 재고관리자 직업은 사라질 것이다.”
-자동차 업체는 어떻게 되나.
“무인자동차가 등장하면 기존 자동차업체는 위기다. 무인자동차 사업에 구글과 애플과 같은 업체가 뛰어들었다. ‘자동차는 네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한다. 배터리로 한 번 충전하면 장거리를 달릴 수 있다. 소재개발로 수명도 늘어난다. 기존 기름이나 엔진, 부품을 교환할 필요가 없다. 부품은 100분의 1로 줄어든다. 테슬라는 엔진이 단순하다. 2020년이면 무인자동차가 보편화한다. 이렇게 되면 석유업체도 위기다. 1인 자동차업체가 등장한다.”
박 대표는 무선전력전송기술도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년이면 한전의 역할도 변한다. 가정마다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래핀 기술로 포스코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애플과 인텔은 무선전력전송 기술개발에 투자를 했다. 실험 중인 기술만 6종이다.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형광식물도 상용화한다. 이렇게 되면 한전이 어떻게 되겠나. 미국은 한전과 같은 전력업체를 민영화했다.”
-국가와 가정이 사라지나.
“글로벌화하면 국경이 사라진다. 기술 발달로 동시동역이 가능해 학교나 교수, 교사가 필요 없다. 진공열차가 등장하고 1인가구가 대다수를 차지해 2040년이면 결혼제가 붕괴한다.”
-수명도 130세로 늘어나는가.
“그렇다. 과학과 의학발달로 평균수명이 130세로 늘어난다. 유전자 정보시스템은 질병을 방지해 준다. 2050년이면 인간의 뇌를 슈퍼컴퓨터에 다운로드할 수 있다. 영생학자인 노브리 드 그레이 박사는 ‘인간은 천년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노화의 종말’ 저자다. 구글은 영생연구에 2조원을 투자했다. 수명연장으로 종교관도 변한다.”
-식탁도 변화하나.
“미래에는 알약을 먹거나 나노 봇을 몸 안에 삽입하면 한 끼만 먹어도 된다. 또 배양육이 보편화한다. 네덜란드에서 국가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마크 포스트 마스트리히트 대학 교수가 이 분야 일인자다. 2주간 배양하면 햄버거를 만들 수 있다. 친환경적이다. 고기 가격이 폭락한다. 그뿐이 아니다. 인공우유도 개발하고 있다. 생물공학을 전공한 미국 대학생 두 명이 생산업체를 설립했다.”
-삶의 형태도 변하나.
“그렇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 한 사람과 100년을 함께 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산 파트너, 사랑 파트너, 생활 파트너의 평균 세 명의 파트너와 살게 될 것이다. 미래를 알아야 생존이 가능하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