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출연연 분원은 특공대가 아니다"

[기자수첩]"출연연 분원은 특공대가 아니다"

“지자체가 공들여 정부출연연구기관 분원을 유치해 놓고, 정작 생기고 난 후에 관심을 끊어버리면 일할 맛이 안 생기죠.”

대구에 터를 잡은 정부출연연 분원 관계자들로부터 종종 듣는 얘기다. 전국 각 지자체가 정치권까지 동원해 출연연 분원을 유치하는 데 열과 성을 다했다. 하지만 그 이후엔 나 몰라라다.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분원 유치전은 늘 치열하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특화산업을 활성화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지자체가 논리와 명분을 만들고 정치권이 앞장선다. 정부는 지역 분원 중 설립 5년 이상 된 곳을 평가하는 등 분원 난립을 막으려 애쓴다. 하지만 유치경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분원 설립은 출연연이 많은 대전 입장에서 볼 때 결코 달갑지 않다. 수월성 원칙이 무너지고 R&D 역량이 분산된다며 반대한다.

출연연 전국 분원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25개 정부출연연 가운데 분원이 무려 64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53개는 현재 운영 중이고, 나머지는 건설 중이다. 지금도 지자체의 분원 유치 활동은 진행형이다.

문제는 유치가 마무리되면 지역 관심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는 점이다. 분원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정치권과 지자체장 치적만 남고 후속 계획은 어디에도 없다.

지역 연구기관과 기업지원 기관은 분원과 함께 일을 하면 밥그릇을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결국 분원은 ‘특공대’가 될 수밖에 없다. 홀로 정부 과제를 따오고 지역 기업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출연연 분원이 바라는 것은 해당 지자체 재정 부담이 아니다. 유치 당시 취지처럼 지역 산업과 연계한 R&D 성과물을 지역 기관과 협력해 만들기를 원한다. 분원 존재 이유는 연구기관 및 기업지원기관 협력을 통해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출연연 분원은 유치가 목적이 아니다. 지자체와 지역 기관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유치한 분원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