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엔지니어가 힘을 합쳐 딱정벌레의 등에 송수신기를 배낭처럼 부착시킨 후 이들의 공중비행을 제어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들은 무선 원격제어를 통해 사이보그 풍뎅이를 이착륙시키거나 공중에서 좌우로 선회시킬 수도 있었다.
버클리대뉴스,커런트바이올로지는 16일(현지시간) 버클리대와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과학자들이 딱정벌레들을 재난지역 감시용 드론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줄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길이 6cm, 무게 8그램에 불과한 풍뎅이(giant flower beetles)를 실험에 사용했다.
■딱정벌레 등에 배낭처럼 무선 송수신기 장착해 원격제어
연구팀은 딱정벌레의 등에 단 무선송수신기를 이용, 벌레의 비행을 임의대로 원격제어 할 수 있었다. 또 이 연구과정에서 딱정벌레의 날개 관절에서 지금까지 모르던 제3의 작은 비행용 근육을 발견했다. 딱정벌레는 세밀한 여러단계의 회전을 위해 지금껏 발견되지 않았던 이 미세한 근육을 사용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딱정벌레 등에 작은 컴퓨터와 무선통신기기를 배낭처럼 묶어 날게 한 후 신경근육데이터를 기록했다. 6개의 미세전극이 딱정벌레의 시각을 담당하는 시신경엽(視神經 葉)과 날개 근육에 연결됐다. 이들은 시험비행 중 밀리초(ms)마다 딱정벌레의 등에 있는 전자배낭으로 원격제어신호를 보냈다.
이번 연구결과 딱정벌레 날개의 관절에서 드러난 3번째 보조 겉껍질(硬皮)근육이 좌우로 선회 비행을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딱정벌레의 단계적인 회전 비행 중에 이 근육을 자극함으로써 원격제어를 통한 비행 회전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무선센서의 잠재적 능력을 확인한 것은 물론, 재난 발생지역에서 사이보그딱정벌레를 인명 수색활동용 드론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토 히로사카 난양공대 조교수는 “딱정벌레는 자신의 몸무게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중량을 실어 나를 수 있어 이상적인 연구대상으로 꼽힌다”며 “우리는 검색 및 구조 임무용으로 사용될 작은 마이크와 온도센서를 손쉽게 부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 기술을 통해 이전까지 접근할 수 없었던 무너진 건물더미 속이나 틈새같은 작은 공간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마하르비즈 버클리대 부교수는 “이번 연구는 작은 전자제품이 과학커뮤니티를 위한 기본적이고 재미있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생물학자들은 곤충을 묶어 놓은 채 비행시켜 연구해 왔으며, 이런 상태가 풍뎅이의 자유비행 동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성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전까지는 주 근육 이외의 더 작은 미세 근육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이 때문에 어떤 근육이 딱정벌레의 미세한 정밀선회 비행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어려웠다.
사토교수는 1800년대 이래로 이 딱정벌레 근육은 날개를 접는 기능만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고 말했다.
우리의 무선시스템은 우리에게 자연적인 자유비행상태에서의 신경근육 운동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준다.따라서 우리는 이제 이 근육이 선회하는 데에도 사용됐다는 것을 보고 있다.
이 딱정벌레는 끈으로 묶여져 있지 않다. 하지만 동작캡처용 3D카메라 장치가 장착된 밀폐된 방에서는 끈으로 묶인 채 실험이 이뤄졌다.
마하비츠교수는 “딱정벌레에서 보조 비행근육을 발견함으로써 처음으로 이 벌레가 자유비행시 보다 높은 수준의 제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과학과 공학의 위대한 제휴다”라고 말했다.
■바이오봇 바퀴벌레, 무너진 빌딩속 생존자를 찾는다
지난 해 11월에는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과학자들이 바퀴벌레의 등에 아주 희미한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마이크가 든 전극배낭을 장착했다.
이 아이디어가 사이보그 바퀴벌레, 또는 바이오봇의 아이디어였다. 이 바이오봇은 예를 들어 지진등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생존자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알퍼 보즈쿠르트 전기컴퓨터공학과 조교수는 “무너진 건물에서 생존자를 찾는 최고의 방법은 구조해 달라는 소리나 희미한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일단 사물의 소리를 인지하면 우리는 마이크를 장착한 바이오봇을 사용해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바퀴 벌레 등에 묶인 배낭은 이들의 배 뒤쪽에 붙어 있는 한 쌍의 꼬리 감각기관, 즉 미엽(尾葉)에 연결돼 있어 이 바이오봇 바퀴벌레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과학자들은 전기적으로 미엽을 자극해 바퀴 벌레가 특정방향으로 가도록 할 수 있다.
이들 배낭은 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한 종류의 배낭에는 소리의 방향을 알아내고 로봇을 그쪽으로 가게 만들 3방향 마이크가 장착돼 있다. 또다른 형태의 배낭은 한 개의 마이크를 통해 어떤 방향에서 나는 소리라도 포착, 무선전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이오봇 바퀴벌레는 연구실 실험에서 잘 작동했다. 연구진들은 이를 재난지역의 생존자 찾기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지난 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IEEE센서컨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일반인들도 사이보그 벌레를 만들 수 있다
바퀴벌레를 사이보그 노예로 만드는 것은 별로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기즈모도에 따르면 100달러(11만원)이하의 키트를 구입해 바퀴벌레에 자체 전기신호를 가진 안테나를 달아 이를 자극함으로써 벌레를 제어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이 단 몇분만에 벌레를 움직일 수 있게 해 준다.
로봇바퀴벌레 키트를 만든 사람은 바퀴벌레가 20분만 지나면 이를 잊어버린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잔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