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신산업 특구, 갈 길 멀다

정부가 제조업 혁신 차원에서 추진하는 ‘융합신산업 시범특구’가 규제개혁, 부처 간 협업, 경제활성화 등 주요 국정과제 종합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정 제품 규제를 일부 지역과 기간에 한해 풀어주는 유례없는 시도다. 하나라도 엇박자가 나면 허울뿐인 특구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지난 19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제조업 혁신3.0’ 실행대책을 발표하며 융합신산업 시범특구 도입 계획을 밝혔다. 기존 법·제도에서 상용화가 힘든 융합 신제품을 실제 현장에서 사용·운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이다. 기업이 정식 출시하지 않은 제품을 연구실이 아닌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정부는 시범특구 적용 제품으로 자율주행차와 무인항공기를 1순위에 올려놓았다. 이르면 연말 첫 특구를 지정한다.

문제는 이들 제품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데다 법 개정도 필요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무인기 시범특구를 도입하려면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항공법 등 개정이 요구된다. 이들 규제를 일일이 찾아내 현장 운행에 필요한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 복잡 다단한 국회 통과절차도 밟아야 한다. 걸핏하면 여야 간 대립으로 경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게 현실이다. 시범특구 준비만 하다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부처 간 협업도 관건이다. 시범특구 도입은 산업과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 간 공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부처 간 협업이 실제 국정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범특구를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신시장 창출, 투자 증가, 고용 확대 기반으로 이어가는 것도 숙제다. 테스트베드를 만들었다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산업 유발 효과에 충분한 고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알맹이 없는 단순 홍보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혁신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는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쳐 시범특구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법 개정 지연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선지정, 후개선’ 방식으로 푼다. 현실적으로 모든 규제를 일시에 해소하기 힘든 만큼 가능한 범위에서 먼저 특구 운영을 시작하겠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부처 간 협의를 강화해 실행 작업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