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인텔 등 반도체 업체들이 네트워크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성능이 향상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직접 설계한 칩이 없는 네트워크 장비 업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존 네트워크 장비용 칩은 시스코와 주니퍼네트웍스 등 대형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주도해 왔다. 그런데 최근 브로드컴·인텔 등 반도체 업체들이 경쟁자로 등장했다. 이들 기업은 이른바 ‘범용 칩(merchant chip)’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최근 프리미엄 시장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범용 브로드컴 칩에 대한 화이트박스 제조사들의 수요가 늘면서 브로드컴 실적은 성장세다. 화이트박스는 제조원·판매원의 브랜드가 없는 자체제작 형태의 저가형 제품이다. 데스크톱PC·태블릿PC, 서버 등 다양한 장비들이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린리그룹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구매한 범용 칩은 총 70억여개에 달한다. 이 중 브로드컴이 39%를 차지해 2위 인텔(8%)과 큰 격차를 벌리며 선두를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프리미엄 시장으로
최근 반도체 업체들은 중저가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브로드컴은 최근 스위치 시스템과 라우터에 모두 사용돼 인터넷 트래픽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고성능 칩을 추가로 발표했다.
라지브 라마스와미 브로드컴 부사장(VP)은 “네트워크 칩 시장이 점점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내재화 솔루션에서 반도체 업계의 범용 칩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떠오르는 별 아리스타네트웍스(Arista Networks)도 자사 칩이 아닌 브로드컴 범용 칩을 선택하기로 했다.
다른 반도체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캐비엄(Cavium)은 지난해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엑스플리안트(Xpliant)를 인수한 뒤 최근 첫 네트워킹 칩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브로드컴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부문을 강화했다. 시드 알리 캐비엄 대표는 “이제 시장이 원하는 것은 ‘미투’ 솔루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텔 또한 최근 고객사에 ‘레드락 캐니언(Red Rock Canyon)’이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칩 샘플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전통적 강자의 대응은
시스코·주니퍼네트웍스는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방침이다. 특히 내재화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니퍼는 최근 출시한 라우팅 장비에 자체 개발한 고성능 네트워크 칩을 넣었다고 발표했다. 이전 제품보다 성능을 4배 이상 끌어올렸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