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혁신 아이템으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과 더불어 3D프린팅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3D프린팅은 1988년 미국 3D시스템스에 의해 최초로 상용화 된 이래 2000년대까지는 단순 시제품 제작에 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기술개발과 장비 및 소재기술 발전에 따라 산업용 정밀기계, 자동차, 의료, 항공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제조업을 디지털화하고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생산, 유통, 소비방식이 속속 등장하면서 제조업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기술로 떠오른다.
미래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국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3D프린팅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관심과 지원 하에 전문연구기관(NAMII)을 설립하는 등 사실상 선도국 역할을 한다.
최근 미국 경제 활성화 한 축인 제조업 부활과 해외이전기업 ‘U턴’ 촉진과도 연계하고 있다.
독일은 금속 분말을 레이저 등 열원으로 녹여 적층하는 분말적층용융방식 3D 금속프린터로 금형, 덴탈 등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자동차와 시너지를 이룰 경우 산업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매뉴팩쳐링의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3D프린팅 소재부문 기술개발에 5년간 30억엔(약 274억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주물사(鑄物砂) 3D프린터 및 절삭기와 3D프린터를 결합한 복합가공기 개발에 주력하면서 다시 한 번 주물 종주국을 노린다. 중국도 산·학 협력 가속화 및 산업표준 제정을 위해 3D프린팅 기술 산업연맹을 설립했다.
‘국가발전 연구계획’과 ‘2014년 국가과학기술 프로젝트 지침’에 3D프린팅을 포함시켜 총 10개 3D프린팅 혁신센터(R&D)를 구축할 계획이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3D프린팅 전략기술 로드맵을 내놓았다. 장비·소재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R&D, 기술 확산을 위한 인프라, 인력양성과 콘텐츠 유통체계 구축을 포괄한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로드맵은 말 뜻 그대로 지도이다. 이 지도를 펼쳐놓고 우리기업이 어떤 차를 타고 어떻게 갈 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하고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그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로 단 시간에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이제는 신수종 산업을 찾아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만큼, 우리의 강점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전략이 필요하다.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제조업의 강점과 IT강국으로서의 산업적 우위를 3D프린팅 신기술과 융합시켜 차세대 혁신의 불씨로 키워야 할 것이다.
중국 당나라 문인이자 사상가인 한유(韓愈)의 마설(馬設)편에 보면, ‘백락과 천리마’라는 고사가 있다. 말(馬)이 중요한 군사적 수단이었던 그 시절, 사람들은 늘 천리마를 갈구하면서도 천리마가 없다고 한다. 천리마를 볼 줄 아는 ‘백락’이라는 사람이 있어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천리마를 찾아내어 먹이고 훈련시키면 천리마가 되었다고 한다. 기실은 천리마가 없는 것이 아니라 백락이 없어 천리마를 알아보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아직 표준화, 자동화된 생산공정에 비해 생산속도와 비용에 열위다. 소재가 제한적이고 제품의 완성도, 정밀도가 떨어지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와 시장예측기관은 3D프린팅 기술에 대해 산업혁명을 불러올 정도로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3D프린팅의 정확한 실체와 가능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적 적용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백락과 같은 안목으로 천리마를 발굴해야 하지 않을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기업들이 3D프린팅 산업을 천리마로 키워 전 세계를 누비기를 희망한다.
김경원 전자부품연구원 원장 kwkvivc@ke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