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Graphene)은 탄소 동소체로, 탄소 원자들이 벌집모양의 육각형 결정으로 연결돼 원자 한 층의 두께를 가지는 2차원적 평면 구조를 지닌 물질이다. 실리콘에 비해 100배 빠른 전자 이동도를 가졌다. 97.7%에 달하는 높은 투명도, 우수한 기계적·물리적·화학적 특성들을 보여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그래핀이 충전된 복합재료는 물성이 크게 향상되고, 구조적 특이성으로 인해 우수한 가스차단 특성을 나타낸다. 때문에 그래핀/고분자 복합재료는 전자기기 부품, 에너지 저장 매체, 유기태양전지, 방열 소재, 필름 포장재, 생체모방 응용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된다.
그러나 기존 공정으로는 그래핀을 고분자 수지 내에 균일하게 분산시키기 어려워 복합재료의 우수한 물성을 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고분자 수지 내에서 그래핀이 균일한 분산상을 형성하지 못하고 계면에서 수지와 결합을 형성하지 못하면, 그래핀이 뭉치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복합재료에 크랙, 기공, 핀홀 등이 발생해 복합재료 물성을 크게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김성륜 박사팀은 서울대 재료공학부 윤재륜 교수팀과 함께 그래핀에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균일하게 분산시킬 수 있는 고분자 복합소재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그래핀 고분자 복합소재는 가열하는 용융공정으로는 입자를 균일하게 분산시키기 어렵다. 그래핀 입자의 균일한 분산을 위해 용액공정을 도입하면 비경제적이다. 또 용매 건조를 위한 후공정에서 발생하는 그래핀 입자의 재응집에 드는 비용과 시간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핀 입자가 균일하게 분산되지 않으면 결함의 주요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열을 가하면 중합반응이 진행돼 고분자가 되는 고리형 소중합체의 일종인 CBT(Cyclic butylene terephthalate) 입자를 그래핀 입자와 잘 섞은 다음 열을 가해 그래핀이 균일하게 분산된 고분자 복합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제조한 그래핀 복합소재 단면을 이미지 처리한 후, 통계를 산출해 그래핀 입자간 평균거리 및 표준편차를 구해 그래핀 입자의 분산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그래핀 복합소재의 정밀한 분산 평가를 위한 분석 평가 방법도 도출했다. 연구팀의 공정으로 제작한 그래핀 복합재료가 기존 용매 공정에 비해 훨씬 고르게 분산되었음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복합소재 제조공정은 전기나 열이 잘 전달되는 기능성 탄소섬유강화 복합소재, 열이 잘 전달되는 플라스틱 소재 등 신소재 개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소재들은 경량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기능성 플라스틱 부품 등에 적용할 수 있다. 그 동안 어려움을 겪던 그래핀 복합소재의 정밀한 분산 평가를 위한 분석 평가 방법을 도출한 것도 의미 있다. 그래핀 분산에 관한 객관적인 데이터베이스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륜 KIST 박사는 “그래핀 복합소재는 전자파 차폐소재나 방열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복합소재 제조방법은 CBT 뿐만 아니라 폴리아마이드 등 다른 고분자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비용매 제조공정으로, 그래핀 고분자 복합소재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3월 16일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