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기술 경쟁이 친환경차 분야에서 심화되는 가운데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 국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핵심인 자동주행, 제동, 조향, 주차 기술 등을 개발해 가장 안전한 자율주행차를 가장 신속하게 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미래 생존 여부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현안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동차 업계 혼자 힘만으로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성능 센서와 카메라는 물론이고 차량과 다른 차량, 보행자, 인프라를 연결하는 통신 등 각종 요소 기술은 대부분 정보통신 기술이다. 자동차 업계와 정보통신 업계가 갖고 있는 기술 개발 역량을 한 데 모아야 하는 근본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자율주행차 개발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향후 개발한 자율주행 시작차를 도로에서 시험 주행하기 위해서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이나 커넥티드 시스템 같은 각종 인프라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 관련 도로 교통 법률과 제도도 미리 정비돼야 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 정부가 관련 기술 개발 지원과 함께 각종 인프라 기반 구축과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마치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가 경제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첨단 안전 시스템 분야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 이미 작년 초부터 기술 개발 지원을 본격 시작했다. 폴크스바겐그룹 연구소 등 총 29개 기관이 참여하는 3년 반 동안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사업에 2500만유로를 전액 지원 중이다. 영국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 올해부터 5년 간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에 1억파운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EU에 이어 일본 정부도 올 초부터 2020년대 후반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 목표로 기술 개발 지원을 시작했다. 가상 주행 상황에서 신기술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영상 DB를 2018년까지 구축하는 사업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첨단 안전 장치 탑재 트럭과 버스 보조금 지원 확대도 사실상 자율주행 기술 개발 지원 방안 중 하나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말 산업부 주관 하에 자율주행차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고 기술 개발 지원에 본격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정부와 관련 업계 및 학계가 모든 역량을 한 데 모아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야 경쟁국보다 늦게 출발한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