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에 팔을 걷었다. 기술 및 생산 자립을 통해 반도체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는 게 1차 목표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후 세계를 석권하겠다는 시나리오다. 수입대체만 해도 우리 기업에는 치명적이다.
절대 허황된 꿈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LCD산업 분야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 반도체와 LCD가 유사한 공정으로 제작되니 어느 정도 기술력도 갖췄다고 봐야 한다.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 업체는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잇따라 건설했다. 싼 인건비와 중국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세제혜택은 물론이고 거대 중국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으니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중국현지에 공장을 짓고 가동하면 우리 핵심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경제논리에 묻혔다.
애석하게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중국은 수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반도체산업 육성 기치를 내걸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반도체산업 육성 예산으로 3500억위안(약 61조6700억원)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1200억위안(약 21조1440억원)이 투입되는 지원사업을 가동한다. 과거 LCD 사업에서 정부지원금을 받은 바 있는 BOE를 포함해 3개 사업자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다음 달이면 사업자가 선정된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진출 서막이 열린다. 향후 5년 안에 최대 14나노 공정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15년 후 글로벌 1위 업체 배출이라는 희망도 담았다.
중국의 거센 추격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10나노 미만의 첨단 공정기술로 중국을 앞서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중국이 물량 공세를 시작하면 시장질서는 붕괴된다. 우리는 철강, 조선, 태양광, 스마트폰, LED, LCD 시장에서 중국 파워를 경험했다.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도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5년 후 세계시장에서 중국업체 활약상을 통곡하며 지켜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