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일본법인(SEJ)이 ‘갤럭시’로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 승부수를 띄운다. ‘삼성’ 브랜드를 빼고 ‘갤럭시’를 앞세우며 배수진을 쳤다. 과거 2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아이폰과 양강 체제를 만들었던 시절의 부활을 준비한다.
SEJ는 지난 8일 도쿄 니혼바시에서 갤럭시S6 월드투어 도쿄편을 개최하고 갤럭시S6와 S6엣지를 공개했다. 이동통신사 NTT도코모와 KDDI 계열 ‘au’가 출시하며 양 사 모두 엣지 모델을 준비했다. 도코모는 일반 S6도 판매한다. 정식 출시는 23일이다.
갤럭시S6 일본 마케팅 특징은 ‘오로지 갤럭시’다. 8일 월드투어와 함께 홈페이지(samsung.com/jp) 상단의 ‘삼성(SAMSUNG)’ 로고를 ‘갤럭시(Galaxy)’로 바꿨다. 제품 뒷면에서도 삼성 로고를 볼 수 없다. 전작 갤럭시S5를 비롯해 갤럭시노트3, 일본향 갤럭시J에는 삼성 브랜드를 새겨 출시했었다. 통신사에 맞게 제작된 TV 광고도 ‘삼성 갤럭시S6’가 아닌 ‘도코모 갤럭시S6·S6엣지’ ‘au 갤럭시S6엣지’로 제품을 소개한다.
SEJ는 갤럭시S 시리즈를 판매하며 삼성 브랜드 노출에 소극적이었다. 스마트폰으로서의 갤럭시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갤럭시S6에서는 이를 강화해 ‘새로운 갤럭시’를 적극 내세웠다. 무선충전기 등 액세서리도 일본향 제품에는 ‘Galaxy’ 로고만 입혔다.
SEJ는 이와 함께 삼성전자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어VR의 S6 버전을 출시한다. 월드투어와 함께 예약판매와 체험행사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품 중 국내보다 먼저 출시되는 건 이 제품이 처음이다. 요도바시 카메라 등 전국 주요 양판점에 체험공간도 마련했다. 일본 소비자를 겨냥해 현지 게임업체로부터 S6 VR용 게임을 확보하는 등 콘텐츠도 갖췄다.
이외에도 FM 라디오 ‘J웨이브’에 음악 프로그램 ‘갤럭시 올 에어리어 패스’를 론칭해 매주 토요일 저녁 8시마다 선보이고 고객을 대상으로 ‘갤럭시 홍보대사’를 선발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2654만대 규모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4.7%를 차지했다. 애플 58.7%, 소니 14.2%, 샤프 11.4%에 이은 4위다. 갤럭시S3 시절 지상파 인기 드라마에 제품이 공급되는 등 호황기를 누렸지만 일본 제품 상승세와 애플 아이폰6 성공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태블릿 PC는 애플과 에이수스, 일본 제조사 등에 밀려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시장 특수성이 고려됐다”며 “일본산, 해외 제품 등 여러 브랜드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갤럭시’ 브랜드 가치 강화에 집중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