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은 과거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인재양성 한 축을 담당했다. 1967년 설립돼 첨단 IT와 서비스를 소개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했다. IT인재 사관학교로도 불렸다.
그랬던 한국IBM이 위기에 봉착했다. 수년간 매출이 1조2000억원 안팎에서 정체하더니 지난해 1조544억원으로 하락했다. 1000억원을 상회하던 영업이익은 459억원으로 추락했다. 기업이 항상 성장만 할 수는 없다. 글로벌 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부침을 겪게 마련이다.
한국IBM에 대한 우려는 실적부진뿐만이 아니다. 한국IBM은 실적 부진과 맞물려 인력을 지속 감축했다. 2012년 2500명에 달하던 임직원 수는 작년 말 2024명으로 감소했다. 2년 사이 200명씩 구조조정을 했다. 이 와중에 회사는 한 해 벌어들인 수익을 초과하는 금액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한국IBM 주식 100%는 IBM코리아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한국IBM 최상위지배기업은 미국 IBM이다. 한국IBM 배당금이 본사로 향한다는 뜻이다. 한국IBM은 감원으로 몸살을 겪고 있지만 미국 본사 주머니는 두둑해지는 불균형이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수익이 나는 자회사에서 배당을 통해 돈을 끌어모은 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배분한다. 이 때문에 한국IBM ‘고배당’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한 해 이익보다 2.5배 많은 금액을 본사에 배당하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2013년 1월 부임한 셜리 위 추이 한국IBM 사장은 지난 10일 한국IBM 회장이 됐다. 예전에 없었던 회장직이 신설된 것을 한국법인 위상강화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이 400여명이 한국IBM을 떠나야 했고, 전제 조직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아이러니다. 최근 구직 시장에 한국IBM 직원이 몰리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력 구조조정과 상반된 과도한 이익배당은 지나치다. 그 불균형이 남은 직원의 자존심을 멍들게 한다. 새로 꾸려진 경영진은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바란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