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칩-특허 사업 분사?... 주주 제안에 “시너지 효과 크다" 거부

퀄컴이 반도체와 특허 사업 분리를 주장하는 주주 요구를 거절했다.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퀄컴, 칩-특허 사업 분사?... 주주 제안에 “시너지 효과 크다" 거부

퀄컴이 칩과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분리하라는 주주 요청을 거절했다고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퀄컴은 “두 사업의 시너지효과로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 구조 변화보다 낫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퀄컴은 지난 2001년 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주주에게 세금 없이 수익을 나눠주는 계획을 짰으나 이를 중단한 바 있다. 이번에도 분사를 면밀히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로열티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현금을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현금 흐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반도체 사업에서 따낸 특허를 활용해 라이선스 및 로열티 사업을 늘릴 수도 있다. 몇몇 대형 고객사와 라이선스 매출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도 고려됐다.

앞서 퀄컴 주요 주주인 자나파트너스(Jana Partners)는 13일(현지시각) 퀄컴 측에 실적 개선을 위해 칩 사업과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분리하라고 요구했다. 자나파트너스는 행동주의적 투자가이자 헤지펀드로, 퀄컴에 투자한 금액은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이상이다. 현재 퀄컴 지분 440만주를 가지고 있다.

자나파트너스는 주주들에게 분기마다 보내는 편지에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자나파트너스사는 “퀄컴 최근 주가 추이는 반도체 사업 힘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며 “두 사업을 완전하게든 부분적으로든 분리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리 로젠타인 자나파트너스 창업자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분사 요청은 퀄컴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분사가 회사를 도울지 아닐지를 투명하게 검토하라는 뜻”이라며 “퀄컴의 경영진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이 옳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퀄컴의 오랜 주주인 투자 컨설팅 업체 펜데이비스맥팔랜드(Penn Davis McFarland) 제프리 헬프리치 포트폴리오매니저 겸 애널리스트는 “칩 사업과 라이선스 사업은 분명히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밝힌 뒤 주식 추가 매입 등으로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시사했다.

퀄컴의 ‘극적인 변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길 원했던 오랜 주주들도 있었다. 통신 등 반도체 사업과 특허 라이선스 사업 범위가 겹치는 분야에선 고객사와 경쟁사가 같아 반독점 규제에 걸릴 공산이 크다는 주장이다. 중국에서 받은 제재도 이 탓에 불거졌으며 퀄컴은 미국, 유럽, 국내에서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스티븐 리 르 퀄리티그로스매니지먼트(Quality Growth Management)사 최고경영자(CEO)는 “두 사업은 분리돼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1992년부터 퀄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에후드 겔블럼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를 봤을 때 분사가 더 효율적이고 주주들에게 유리하다”며 “분사는 각 사업부의 경영진을 더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퀄컴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4세대(4G) 무선통신용 모뎀칩 등 반도체 사업이 전체 매출액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수익성은 특허 라이선스 사업이 더 높다. 회사가 벌어들이는 영업이익 3분의 2가 자사 특허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기업이 내놓는 로열티에서 나온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