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생사 기로에 섰다. 공개매각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일을 하루 앞둔 16일 아직까지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하면 팬택은 사실상 청산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와 매각 협상이 불발로 끝난 직후 법원은 두 번째 공개매각에 착수했다. 인수의향서 접수 기한은 4월 17일 오후 3시다. 법원과 업계 모두 이번 매각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법원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매각주간사인 삼정KPMG와 KDB대우증권에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다.
매각 관련 관계자에 따르면 16일 오전 현재까지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없다.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망도 거의 없다. 자본잠식 상황에 1조원에 이르는 부채, 낮은 해외 인지도가 큰 걸림돌이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중국 업체도 이미 자체 생산라인을 비롯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곳이 나타나면 팬택은 희망을 갖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청산이 결정되면 팬택은 가지고 있는 특허와 공장 등 설비를 매각해 빚잔치를 해야 한다. 팬택 청산가치가 약 1500억원이기 때문에 이를 채권자가 채무 비율을 따져 나누게 된다. 하지만 나머지 부채는 떠안아야 한다.
연봉을 삭감하면서 자진 휴직까지 하며 버티고 있는 1400여명 직원은 회사를 떠나게 된다.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는 550여 팬택 협력사와 8만 종사자, 30여만 가족 생계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 팬택 점유율은 10% 안팎이다. 팬택이 사라지면 소비자 선택 폭은 그만큼 좁아진다. 지금도 일본과 중국 폰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중에서 선택을 하는 실정이다. 팬택 고객 상당수는 경쟁사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는 고객에게 제공할 단말 종류가 줄어든다. 마케팅 정책 다변화에 제약이 생긴다. 하지만 일각에서 전망하는 것처럼 제조사와 협상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팬택이 다른 제조사의 대체재 효과를 서서히 상실했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팬택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업체 간 ‘견제’와 ‘조율’ 기능을 해왔는데 팬택이 사라지면 특정 제조사로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 다양성 측면에서도 팬택이 주는 가치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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