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IT기업에 ‘러브콜’을 보냈다. 국영기업 이미지를 벗고 휴렛팩커드(HP) 등 미국 IT기업과 협업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칭화대학이 지난 1998년 설립한 칭화홀딩스 자회사다. 당초 칭화유니그룹은 기술서비스·천연가스·한방의약품 등의 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반도체 업계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3년 중국의 대형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 스프레드트럼(Spreadtrum Communication),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RDA Microelectronics)를 인수하면서다. 두 회사를 사들여 회사는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가 됐다.

자오 웨이궈 칭화유니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사업은 중국 정부 뜻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개인적 관심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며 “정부가 지난해 반도체 산업에 1600억위안(28조112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사람들이 나를 정부의 ‘하얀 손(White glove)’이라고 짐작하지만 우리는 철저하게 시장지향적인 회사”라며 “중국 정부와 밀접하게 연관돼있지만 그들의 팔(arm)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칭화유니그룹은 향후 미국 IT기업과 손잡고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자오 웨이궈 CEO는 “우리는 해외 기업과 중국 시장을 잇는 연결고리”라며 “HP 등 미국 기업들과 더 많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15억달러(약 1조6331억원)를 투자해 칭화유니그룹 지분 20%를 확보했다. 스프레드트럼은 신흥국향 저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강하다. 인텔은 스프레드트럼을 통해 저가 시장 수요를 잡고, 스프레드트럼은 경쟁사인 대만 미디어텍(Mediatek)을 따라잡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이번엔 HP다. HP의 중국 내 네트워크 장비 자회사인 H3C테크놀로지를 인수해 양사가 협업, 내수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H3C 지분 51%를 50억달러(5조4435억원)정도에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H3C은 지난 2003년 화웨이와 쓰리콤(3com)이 세운 합작사로, 2006년 쓰리콤으로 소유권이 정리됐다. 이후 HP가 쓰리콤을 사들이면서 HP에게로 넘어갔다. 화웨이·ZTE 등 다른 네트워크 장비 업체에 밀려 실적이 부진했다.
현재 직원 4000여명 수준에서 연말까지 1000여명을 더 고용해 반도체 사업 비중도 키운다. 올해 반도체 사업 매출액은 18억달러(약 1조9597억원)로 작년보다 3억달러(약 3266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신규 기금에서도 앞으로 5년간 100억위안(1조7570억원)을 지원받는다. 레오 리 스프레드트럼 CEO는 지난 1월 “중국 고위 관료가 현지 업체 칩 기술 수준을 개선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길 바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