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제를 떠받치던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3대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봄은 왔지만 봄같지 않다’는 말로 현재 울산 산업계 상황을 비유했다.
20여년 전부터 울산은 부자도시로 꼽혀왔다. 10년 이상을 국내 도시 중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과 개인소득 부문에서 최고 자리를 지켜왔다. 울산에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화학 등 유명 대기업이 자리한다. 협력 중소기업과 함께 수출 호황을 이끌어왔다.
울산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저유가에 중국 경쟁 산업 성장 등 외부 요인으로 조선해양플랜트와 화학산업 수주 및 수출 물량이 위축됐다. 대기업 매출 하락은 천문학적이다. 적자는 협력 중소업체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생산 및 산업 생태계가 고착화돼 있다. 내부 역량에 의한 위기 극복이 쉽지 않다. 외부 요인 변화와 대기업 상황이 좋아져야 중소기업과 울산 산업 경기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지역 산학연 관계자들은 강소기업 육성이 절실하다는 얘기를 최근 자주 한다. 강소기업은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은, 자체 기술과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일명 히든 챔피언을 말한다.
울산시와 산하 기관, 업종별 협회·단체는 중소기업 중심 산업 정책이나 독자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 육성을 드러내놓고 주장하지 못한다. 이 같은 주장이 대기업 배제 논리로, 또는 대기업 성토 분위기로 비화돼 산업계 갈등을 조장하지나 않을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분명 울산은 위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강건했던 산업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 내몰린 우리 대기업이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외부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축을 유지하려면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강소기업 활약이 중요하다. 울산시의 산업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