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과학뉴스]샛별의 지진, 풍선 띄워 관찰한다

해 뜨기 전 동쪽 하늘이나 해진 뒤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발갛게 빛을 내는 별이 있다. 금성(Venus), 순수 우리말로는 ‘샛별(새벽 별)’이다. 금성은 지구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크기, 질량이 유사하고 가까이 있어 ‘쌍둥이 별’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칼텍 공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합작해 만든 연구소 ‘키스’(The Keck Institute for Space Studies·KISS)가 최근 금성에 풍선을 띄워 저주파를 측정, 내부 지진을 감지해내는 기술을 고안해냈다.
칼텍 공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합작해 만든 연구소 ‘키스’(The Keck Institute for Space Studies·KISS)가 최근 금성에 풍선을 띄워 저주파를 측정, 내부 지진을 감지해내는 기술을 고안해냈다.

금성에서도 지진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이를 관찰할 수 없었다. 대기가 워낙 짙어 표면이 보이지 않는데다 대기 밀도와 표면온도도 높았기 때문이다. 금성 표면온도는 거의 870K(절대온도) 정도다. 납을 녹일 만큼 뜨겁다. 지진 측정에 사용되는 기기를 파괴하는 수준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등장했다. 칼텍 공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합작해 만든 연구소 ‘키스(The Keck Institute for Space Studies·KISS)’가 최근 소리를 활용, 풍선으로 금성의 지진을 관찰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지진학회지에도 실렸다.

저주파나 낮은 음파는 사람이 낼 수는 없지만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화산이나 지진, 대양의 폭풍(ocean storms) 등이 발생하면 나오는 ‘우르릉’ 거리는 울림이다. 원인에 따라 나오는 소리 주파수가 다르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에선 대기 환경 저주파를 관찰해 핵실험을 저렴하게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제임스 컷츠, 스테판 애로스미스 등 KISS 과학자도 여기에 착안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우주 조사에 저주파 관측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금성은 앞서 말했듯 대기 밀도가 높다. 금성 기압은 90기압 정도로, 지구 해수면 아래 800m 깊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96.5%를 이산화탄소가, 나머지 3.5%를 질소분자나 아르곤,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등이 차지한다.

대기 밀도가 높을수록 소리는 더 멀리 전달된다. 저주파도 마찬가지다. 압력이 바뀌거나 일명 ‘대기광(airglow, 대기 중의 원자나 분자가 내는 빛)’이라 불리는 발광현상 등이 나타나면 발생하는 저주파를 측정해 이를 느낄 수 있는 셈이다.

KISS 연구진은 금성 표면 위 55km 지점에 풍선을 띄워 기압 변화를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성 표면 50~60km 위 온도와 압력은 지구와 비슷하고, 대기 밀도는 다소 높다. 대기광을 감지하기 위해 금성 주변을 도는 위성을 활용해 행성 저주파 파동 변화를 분석하는 방법도 고안했다.

첫 번째 목표는 주파수 신호에서 잡음(noise)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풍선이나 위성에 탑재될 주파수 측정기가 감지하는 여러 저주파 중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나오는 주파수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지, 얼마나 큰 지진까지 이런 방법으로 관찰할 수 있을지도 알아볼 예정이다.

연구진은 만약 이 방법으로 금성 지진활동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면 금성의 역사나 현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성 내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내 지구와 비교하면 판의 구조와 내핵 메커니즘 등 지구에선 관찰되지만 금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 왜 생겨났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