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프트웨어 전쟁에서 이기는 법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두 가지를 묻습니다. 창업자가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는지, 창업 멤버 중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사람이 있는지. 없다면 (창업)하지 말라고 합니다.”

ICT 분야 투자자의 말이다. 아이디어를 상품화는 과정에서 시스템 구축을 자체적으로 할 수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하반기 기준 국내 SW 관련 직업 미충원율은 25%로 다른 직종보다 높았다. 고급 개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2년 이상 현장경력, 국가기술자격법상 기사 혹은 대졸·석사 이상 학력을 갖춘 SW 개발자 미충원 비율이 80%가 넘는다.

스마트폰 제조, 메모리 산업에서 세계를 주름잡는 삼성전자도 SW 역량만큼은 ‘넘버원’에 도달하지 못했다. 2014년 2월 삼성그룹 채용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기전자 SW 분야 경력 공채가 가장 많다.

우리나라 IT 산업이 위기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허덕이는 것은 물론이고 한때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게임 산업도 중국에 밀려 위축됐다. 모두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래밍 경쟁력이 기본인 산업이다.

작은 내수 시장도 원인이지만 결국 사람이 문제다. 고급 개발자들은 해외로 살길을 찾아 떠난다. 시장에 자극을 불어넣어야 할 스타트업은 개발자가 부족해 아이디어만 가지고 허둥대다 넘어지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는 “투자할 곳이 별로 없다”며 돈을 놀린다.

정부가 초중등학교 과정에 SW 교육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초등학생은 2017년부터 SW기초를 배울 수 있고 중학생은 2018년부터 SW 수업이 의무화된다.

‘IT 강국’이라는 자화자찬을 생각하면 늦은 결정이다. 늦은 만큼 제대로 해야 한다. 총성은 몇 년 전에 울렸다. 실리콘밸리는 저만큼 앞섰고, 중국은 속도가 붙었다. 우리 마지막 보루는 결국 SW 인재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