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난해 5월 출시한 ‘G3’를 앞세워 스마트폰 사업 재도약 기틀을 마련했다. G3 인기는 패밀리 모델인 G3 비트 등으로 이어졌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 이익을 2013년(706억원) 대비 네 배 이상인 3119억원으로 끌어올렸다.
LG전자가 G4에 거는 기대는 G3 이상이다. 초기 G 모델은 250만대, G2는 750만대, G3는 지난해까지 700만대(누적 1000만대 예상)가 팔렸다. G4는 올해에만 12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G3와 비교해 카메라 성능, 아날로그적 감성 면에서 진일보했다. 먼저 출시된 아이폰6, 갤럭시S6와 진정한 승부도 시작됐다.
◇카메라·천연가죽·감성 UX로 시장 공략
LG전자는 DSLR급 카메라, 천연 가죽 소재, 인간 중심 사용자경험(UX)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G4 정식 공개 전 유출된 이미지와 언론 배포 초대장에서 조리개값인 ‘F1.8’을 명시하며 카메라 성능을 강조했다. 조리개 값이 낮을수록 받아들일 수 있는 빛이 많아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갤럭시S6 조리개 값은 F1.9, 아이폰6는 F2.2다.
성능뿐만이 아니다. G4에는 ‘전문가 모드’를 탑재해 DSLR처럼 셔터스피드, 감도(ISO), 색온도(화이트 밸런스) 등을 다양하게 조절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셔터스피드를 1/6000초에서 1/30초까지 설정할 수 있고 ISO는 50~2700까지 17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색온도는 2300K에서 7500K까지 51단계로 나뉜다.
후면 카메라 성능은 G3의 1300만화소보다 향상된 1600만화소, 전면카메라는 210만화소에서 800만화소로 대폭 상향했다. 셀피 기능을 강화하면서 ‘제스처 인터벌 샷’ 같은 독특한 기능도 추가했다. LG전자는 이외에도 다양한 스마트폰 사용자 패턴을 분석한 최신 UX 4.0을 G4에 탑재했다. 퀵샷, 갤러리, 스마트 알림이, 캘린더, 퀵헬프 등으로 인간 중심 UX 철학을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명품 천연가죽’도 G4의 차별점이다. LG전자는 3년 이상 조사와 연구를 거쳐 G4 후면 커버에 천연 가죽 소재를 적용,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의 독창적 디자인을 담았다. 천연가죽 후면 커버는 제작 기간만 총 3개월이 걸리는 까다로운 공정으로 완성된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천연가죽의 특성상 일반 금형물 대비 10% 이상 압력을 분산·감소시켜 사용자가 편안한 그립감을 느낄 수 있다. LG전자는 앱세서리가 아닌 스마트폰도 패션 아이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LG전자, 제품 홍보 위해 다양한 노력 기울여
LG전자는 G4 성공을 위해 출시 전부터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8일부터 세계 15개국에서 4000여명의 대규모 사전체험단을 모집했다. 체험단에 직접 G4를 배송해 카메라, 화질, 디자인, UX를 알리는 게 목적이다. 국내에서도 마이크로사이트에서 150명 체험단을 운영했다. 지난 17일 국내에서만 응모자 수가 15만명을 넘어서는 등 높은 관심이 나타났다.
국내 언론 대상 광주 LG이노텍 공장 견학 행사도 추진했다. LG이노텍은 G4에 탑재된 카메라 모듈을 생산한다. 생산 공정과 라인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면서 F1.8 카메라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29일 공개행사는 6개국에서 릴레이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뉴욕 행사에는 200명 이상 취재진이 몰려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직접 뉴욕 행사장을 찾아 제품 홍보에 합류했다. LG전자는 역대 최다인 180여 통신사에 G4를 순차 공급하면서 공급 채널 확대에도 늘렸다.
구글, 퀄컴 등 협력사와 협력도 강화했다. LG전자는 구글 오피스를 기본으로 탑재해 구글 클라우드로 여러 명이 원격으로 동시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뿐만 아니라 퀄컴과도 칩세트 적용 초기부터 긴밀한 기술협력을 진행해왔다.
폴 제이콥스 회장은 뉴욕 공개행사를 찾아 “G4는 양사 최적화 기술이 어떻게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는지를 보여준 이상적인 제품”이라며 향후 지속적 협력을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G4, 갤럭시S6·아이폰6와 경쟁 전망은
G3로 인기를 끌었지만 LG전자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디램익스체인지 트렌드포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LG전자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은 6.2%로 3위 화웨이(7.0%)에 뒤진 4위다. 5위 레노버(6.0%)에 바짝 추격을 당하고 있다. 1위 그룹인 삼성, 애플과는 격차가 크다.
G4는 LG전자가 1위 그룹과 격차를 좁히고 2위 그룹에서 독보적으로 앞서 나가기 위한 승부수다. 지난해 9월 출시되면서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아이폰6, 곡면 디스플레이로 출시 초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갤럭시S6와 경쟁이 남았다.
각 제품은 화질, 카메라 화소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디자인 면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스펙으로만 성공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아이폰6 후면 카메라 화소수는 800만으로 경쟁작 대비 절반이다. 하지만 아이폰 사용자는 아이폰 사진 화질에 열광한다. 제품별 UX와 소프트웨어, 오토포커스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작용해 ‘고화소수=좋은 사진’은 아니기 때문이다.
카메라뿐만이 아니다. 곡면 디스플레이, 가죽 커버, 결제 기능 등 각 제품 특징만으로 우수성을 비교할 수는 없다. 결국 어느 제품이 사용자 관점에서 더 많은 편의성과 성능을 제공하는지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통신사 한 단말 담당 임원은 “G4는 제품 자체는 매우 훌륭한 제품으로 LG전자가 충분히 기대를 걸 만하다”며 “하지만 LG전자가 강조하는 가죽 커버나 높은 조리개값 등이 소비자 취향에 부합하는지는 결국 소비자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