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업계는 임시방편적 지원보다는 미래를 대비한 원천기술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세대 기술개발 없이 글로벌 기업과 기술격차를 좁히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은 많지 않은 상태다.
국내 통신장비 업계 연구개발(R&D) 투자는 2013년 기준 전체 매출의 5~6% 수준으로 약 1870억원이다. 같은 기간 중국 화웨이는 5조8000억원을 R&D에 쏟아부었다. 우리나라 통신장비 업계 전체 R&D 투자의 30배가 넘는 액수다.
규모의 경제로 인해 제조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은 정부 R&D 지원과 이를 기반으로 한 대기업·중소기업 공동 개발이다. 특히 가상화를 비롯해 5세대(5G) 시대를 대비한 기술과 중소기업에 없는 대용량 장비 개발이 요구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미 다양한 R&D 과제를 내놓고 이동통신사업자, 중소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참여하는 ‘트랜스포트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T-SDN)’ 과제가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연간 105억원씩 3년간 추진되는 ‘스마트 네트워크 과제’의 일부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지능적으로 관리하는 SDN 기술을 광 네트워크에 접목하는 게 핵심이다. 국내 중소업체 3곳이 참여하고 있다. T-SDN은 5G를 비롯해 미래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최근 과제 협약식을 마치고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며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SDN 기술을 광 네트워크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액세스 장비 업체인 유비쿼스와 손잡고 3.2테라바이트 대용량 스위치를 공동개발, 이르면 다음 달 상용 제품을 출시한다. 대용량 스위치 개발 정부 과제로 시작한 사업의 결실이다. 외산 업체가 장악한 1테라급 이상 장비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2013년부터 100억원을 투자해 백본용 대용량 스위치를 개발 중”이라며 “유비쿼스는 장비 기술력 제고와 매출 증대 효과를, LG유플러스는 구매 원가 절감과 공급 안정성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통신사가 이와 같은 공동 개발 기회를 늘려 중소기업이 기술력과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화된 첨단기술 개발로 통신장비 시장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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