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북미 게임회사가 ‘급격한 성장세(overall growth)’를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슈퍼데이타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e스포츠 마켓 브리프 2015’ 일부다. 슈퍼데이타리서치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이 2015년 6억1200만달러(한화 약 6600억원, 2015년 예상) 규모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 온라인 게임회사(digital-only publishers)가 관객 확대 등을 이끈다’고 분석했다.
관객 등 e스포츠 리그 활성은 한국과 중국이 주축이 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핵심 콘텐츠는 북미와 유럽 게임이라는 것이다.
잠재력을 가진 e스포츠 시장에서 국산 종목 발굴이 과제로 떠올랐다. 청소년층에서 인기가 높고 콘텐츠 확장성도 크지만 대부분 해외 유명 게임으로 대회가 치러진다.
2015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e스포츠 종목은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리그오브레전드(LoL)’다.
국내에서 프로 LoL팀을 운영하는 기업은 총 8곳인데 이 중 삼성전자, SK텔레콤, KT, CJ, 진에어 등 대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가 5곳에 이른다. 마케팅 파워가 그만큼 막강하다는 것이다.
LoL 다음으로는 블리자드가 만든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인기를 끈다.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후원한 대기업이 프로팀을 운영한다.
두 종목은 프로선수 해외진출도 활발하다. 최근 1~2년간 선수는 물론 한국 출신 감독이 북미는 물론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로 꾸준히 진출했다. 일부는 억대 연봉을 받기도 했다.
e스포츠리그 활성화는 게임 흥행과 직결된다. 게임이 먼저 흥행하고 e스포츠리그가 뒤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동적인 경기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PC온라인게임에서 e스포츠리그가 태동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히트한 국산 PC온라인게임이 아직 없다.
국산게임으로 e리그 명맥을 이어가는 것은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일명 ‘넥슨표’ 게임에 한정된다. LoL 등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게임 보조수단을 넘지 못한다.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국내 게임산업 구조 자체가 모바일 쪽으로 급격히 넘어가며 신작 온라인게임 출시가 없었다”며 “기존 게임을 e스포츠화하는데 주력해 왔던 형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마일게이트가 출시한 1인칭 슈팅게임 FPS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연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큰 흥행을 거두며 덩달아 현지 e스포츠 리그도 성장했다.
연 2~3회 실시되는 ‘크로스파이어 프로리그(이하 CFPL)’는 중국 내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등 가장 높은 e스포츠 리그로 자리잡았다.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상암에서 11개국 14개 팀이 모인 ‘크로스파이어 스타즈(이하 CFS 2014)’ 그랜드파이널을 여는 등 글로벌 게임대회로 가능성을 타진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하반기 ‘MXM(엔씨소프트)’ ‘서든어택2(넥슨지티)’ 등 이스포츠 콘텐츠를 앞세운 신작 온라인게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슈퍼데이타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지역 e스포츠 시장은 올해 약 4137억원 규모로 전체 약 61%를 차지했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e스포츠 관람문화, 리그 운영 노하우 등이 경쟁력 있는데 이는 핵심 콘텐츠와는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며 “e스포츠 강국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겸연쩍은 타이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잘 가꾼 e스포츠 인프라를 토대로 국산 종목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 전반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금조성,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 등 기업과 정부가 나선 인위적인 활성화 대책이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