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산은커녕 제자리에서 우왕좌왕하는 상황입니다. 산으로라도 좀 갔으면 좋겠습니다.”
스마트카나 친환경차 같은 차세대 자동차 정부 지원 정책을 묻자 업계 전문가는 이렇게 답했다. 나서는 사람도, 말 보태는 사람도 많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분기마다 발표되는 주요 부처 계획에 빠지지 않고 자동차 분야가 등장하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이유는 자명하다. 부처 공동(共同) 사업의 부처 공동(空洞)화 현상 때문이다. 다 같이 하자는 말이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순간 비극이 시작된다. 여러 부처가 협조해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릴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자동차 추진단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이고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도 책임·협력 부처로 참여했다. 지난해 초 출범했지만 아직 표류 중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예산 확보 미비와 규제 개선 엇박자가 난제다. 규제를 풀고 나면 연구개발 예산이 없고, 개발된 기술은 규제에 가로막히는 식이다. 규제와 산업육성 주무부처는 각자 할 일을 했으니 책임을 묻기 어렵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구성한 추진단은 예산과 권한이 없다. 조율 역할을 맡겼지만 힘은 부족하다.
차세대 자동차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최근에는 정치권도 나섰다.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포럼이 국회에서 처음 열렸다. 친환경차 분야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에도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예산 확보와 법·제도 개선의 최종 관문이 국회인 점을 생각하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여러 사람이 나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책임보다는 조변석개에 능했다. ‘저렇게 얼굴 내비치다 결국 책임은 안 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 걱정의 요지다.
정치는 이제 막 차세대자동차에 동승했다. 한발 늦은 ‘드라이브’는 이제 시작이다.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고 안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