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눈길을 끌 만한 프로젝트 하나를 공개했다. 애플·존슨앤드존슨·메드트로닉 등 세계 유수 기업과 인지컴퓨팅 기반 ‘헬스 클라우드’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헬스 클라우드는 병원 기록과 같은 전통적인 의료정보뿐 아니라 피트니스 기기나 인터넷에 연결된 의료기기 등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수집한 후 인지컴퓨팅으로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건강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IBM이 기반 인프라를, 애플·존슨앤드존슨·메드트로닉 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림이다.
IBM은 “센서 기술 확산으로 급증한 데이터는 관련 기관과 환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건강 증진과 환자를 위해 모든 정보를 실시간 이용하고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은 구상단계를 넘어 구체화 수준에 이르렀다. 애플도 의료기관과 협력해 아이폰을 임상연구나 건강관리 도구로 활용한다. 기술 발전으로 일반인의 건강상태나 환자 증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다.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답답함이 앞선다. 의료·ICT융합 미래 가능성에 주목해 해외 유수기업과 기관이 발벗고 나섰지만 우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일례로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과 진단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ICT를 활용한 새로운 건강관리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다. 국내는 이런 시도조차 ‘원격진료는 불법’이라는 기준으로 싸잡아 묶는 경향이 강하다. ‘모든 진료정보는 병원 시설 내에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병원 내외부에서 정보를 활용하는 데 인색하다.
우리나라 의료계엔 인재가 참 많다. ICT와 인프라 수준도 높다. 그럼에도 언제까지 거대 융합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할 것인가. 변화가 없다면 안방을 외국기업에 내주고 만다. 유연한 사고와 시각이 절실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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