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부의 700㎒ 주파수 할당안을 거부했다. 통신과 방송의 조화로운 주파수 분배를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을 ‘형평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통신과 방송 공동 활용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황금 주파수가 누더기가 됐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와중에서도 국회는 지상파 편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1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소정책소위원회에서 정부는 700㎒ 중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용으로 4개 채널을 할당하고 나머지 1개 채널은 DMB 대역에서 마련하는 ‘4+1’ 안을 보고했다. 구체적으로는 KBS1, MBC, SBS에 700㎒ 대역 3개 채널을, KBS2와 EBS는 700㎒ 대역과 DMB 대역에서 각각 1개 채널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현재 700㎒ 대역에 남은 주파수 폭은 88㎒다. 나머지 대역 전체를 지상파 UHD 방송으로 할당해 최소 9개 채널(54㎒)이 700㎒에서 나와야 한다는 게 국회와 지상파 방송사 주장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통신에 광대역 주파수(40㎒ 폭)를 할당할 수 없다. 미래부가 ‘4+1’ 안을 내놓은 이유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UHD 방송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주파수 분배안에 반영해 반보 진전이 이뤄졌다”면서도 “하지만 EBS에만 DMB 채널을 제공하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KBS2와 EBS 중 어디에 DMB 대역을 분배할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EBS에 분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통신에 40㎒를 배정하려는 것은 결국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EBS에 DMB 대역을 할당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EBS만 DMB 대역을 공급하면 시청자는 별도 수신기가 필요하다”며 “4+1이 아닌 ‘4-1’ 방식 주파수 배정은 다시 한번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 콘텐츠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700㎒ 채널 배정은 방송에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위 위원은 지난번 회의 때처럼 700㎒ 전체를 지상파 방송에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은 펼치지 않았다. 하지만 통신이 3.5㎓ 또는 700㎒ 대역 중 30㎒ 폭만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비현실적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3.5㎓는 지상파 방송사 중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광개토플랜에 따르면 2018년이 돼야 회수·재배치가 가능하다. 별도 장비(단말기)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2020년 이후에야 사용 가능하다.
700㎒ 중 30㎒ 폭만 사용하라는 것은 광대역 주파수의 개념 자체를 모르고 하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LTE 광대역 주파수에는 상·하향에 각각 20㎒씩 총 40㎒가 필요하다. 30㎒만 분배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져 입찰에 응할 통신사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와 지상파 방송사는 공익을 가장한 사익으로 황금 주파수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며 “정부 주파수 정책에 대한 국회의 도를 넘은 간섭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파수 소위는 정부에 새로운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다음 소위 일정은 미정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