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다. 많은 소프트웨어(SW) 기업이 빅데이터 솔루션·플랫폼 등을 앞 다퉈 선보인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빅데이터가 가져다주는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이 많다. 여전히 뜬 구름 속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에 대단한 무언가를 줄 것 같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공급만큼 수요가 일어나지 않는다. 활용하는 방법도 묘연하다. 정보통신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정보통신 미래모임)에서는 빅데이터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과 기관 전문가와 함께 미래 활용 방안을 고민했다. 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도 모색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라는 말이 있다.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일부만 가늠해 사물을 판단한다는 의미다. 이우영 씨이랩 대표는 빅데이터를 코끼리로 비유했다. 우리가 다리(일부)만 만지고 파악할 만큼 코끼리(빅데이터)는 작지 않다. 빅데이터를 보려면 좀 더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무엇인가 큰 것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돌아보면 오히려 더 큰 것으로 가늠하기 힘든 게 빅데이터”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를 제각각 방법으로 정의한다. 대용량 데이터를, 혹은 가치를 가져다주는 데이터 묶음을, 빅데이터라고 말한다. 그만큼 의미가 모호하다. 이 대표는 빅데이터 본질을 ‘연결’에서 찾았다. 그는 “과거에서 연속된 정보가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것”이 특성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뜨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이 시점을 기준으로 그전까지 만들어진 데이터보다 향후 10년간 생성된 데이터가 500배 이상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태어날 것 같다. 일종의 환상이다.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가치를 창출하려했지만 실패도 많았다.
기업은 이를 고객관계관리(CRM)로 활용하려했지만 고객 행동을 100% 예측하지 못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하면서 텍스트 데이터가 무궁무진하게 쌓였지만 사람을 모두 설명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사람들은 빅데이터를 말한다. 새로운 가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빅데이터가 만능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사회와 너무 끈끈하게 연결시키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좀 더 유연하게 빅데이터를 바라보면 쉽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는 ‘암묵지식’이다. 우리가 인지하고 설명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개념이다. 수면 위로 들어난 빙산의 일각이 아니라 바다 속에 잠긴 거대한 존재다. 지금까지 이 암묵지식을 형식지식에 담으려고 했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설명하지 못한 암묵지식(빅데이터)을 설명하고 분석하려했기 때문에 빅데이터가 어려웠던 것”이라며 “암묵지식은 무섭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재미있게 받아들이다 보면 생각치도 못한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과 빅데이터를 연결시키면 다양한 미래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에서 헬스케어·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한다면 창조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시도가 중요하다.
빅데이터는 독립적이지 않다. 이것이 이 대표가 바라보는 빅데이터 관점이다. 그는 “오늘 일어나는 이벤트(사건)에는 연속성이 있다”며 “과거 일을 바탕으로 오늘일과 내일의 일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빅데이터 활성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가 제대로 쓰이려면 이 기대를 서비스로 구현해야한다. 빅데이터 가치는 이때 창출된다. 빅데이터 강국이 돼야한다고 외치는 우리가 빅데이터를 접근하는 시각을 바꿔야한다. 이 대표는 “빅데이터 강국이 되려면 빅데이터 본질 보다는 활용 측면에서 접근해야할 것”이라며 “다양한 데이터를 손에 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빅데이터가 있지만 제대로 쓰지 못하는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너무 ‘한국형’에 몰입된 결과다. 이 대표는 “IT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분명 빅데이터 강국, 빅데이터 산유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빅데이터에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세계 다양한 주체(플레이어)를 보며 새로운 플레이어를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고 따르는 것도 빅데이터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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