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지 않은 메모리얼 데이’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한 할리우드 표정이다. 이번 미국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23~25일) 중 전미 박스 오피스 성적이 지난 2001년 이래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메모리얼 데이가 끼어 있는 5월 넷째주 주말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미 극장가 최대 대목 시즌이다. 따라서 메이저 영화사 역시 이 때를 맞춰 역대급 대작을 내놓곤 한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미 영화업계에 따르면 지난 22~25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영화관에서 올린 수익은 총 1억9000만달러다. 이는 지난 2001년 이래 최저 성적이다.
이 기간 중 영화 티켓값이 44% 올랐음에도 불구, 이런 성적을 냈다는 것에 전미극장주협회(NATO)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번 참패 가장 큰 직접적 원인은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투모로우랜드’ 흥행 실패다.
연휴 기간 중 이 영화가 거둬들인 티켓 파워는 총 4170만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엑스맨:데이즈 어브 퓨처 패스트’의 흥행기록(1억1060만달러)이나 그 전년도 패스트&퓨리어스6(9740만달러)에 비해서도 초라하다. 해외시장 개봉 성적은 더 참담하다. 65개국에서 2670만달러를 거두는데 그쳤다. 투모로우랜드는 월트디즈니픽처스가 총 1억8000만달러를 들여 만든 초대작이다.
문제는 갈수록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발달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다. 큰 화면과 화려한 사운드, 3D 또는 4D 등 관람에 필요한 특수시설을 요구하는 콘텐츠가 아니라면 굳이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이른바 ‘개봉작 사수’를 하려 하지 않는다.
개봉관 상영 후 몇일 뒤면 자신의 안방이나 손 안에서 똑같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영화관 나들이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이제는 영화도 변해야 하지만 그와 함께 영화관도 바뀌어야 한다. 멀티플랙스관을 넘어, 아이맥스 등 첨단 기능으로 중무장한 테마 파크급 엔터테인먼트 설비를 갖춰야 살아남는다. 헐리웃은 물론이고 극장주 고민도 여기에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