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반도체 업계는 사업범위가 다른 업체끼리 몸을 합치기도 하고 동종 라이벌 업체가 결합하기도 한다.
최근 이슈는 라이벌 업체 간 인수합병(M&A)이다.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설계·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고 규모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줄어들어 칩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다.
지난달 말 반도체 업계를 놀라게 했던 싱가포르 아바고테크놀로지의 미국 브로드컴 인수가 대표적이다. 28일(현지시각) 아바고테크놀로지는 브로드컴을 370억달러(41조2476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 사상 가장 큰 규모다.
두 회사는 모두 통신(RF) 칩 시장에 진출해 있다. 아바고테크놀로지는 무선주파(RF) 칩이나 와이파이(WiFi) 칩 등 통신용 칩과 기업 데이터 스토리지용 칩이 주력이다. 브로드컴 또한 스마트폰·태블릿PC용 와이파이 칩, 블루투스 칩 등에 강하다.
이 시장은 퀄컴이 선두주자로 버티고 있고 대만 미디어텍 등 중화권 업체마저 무섭게 성장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바고와 브로드컴 이익률은 내리막을 걸었다. 아바고는 지난 2011년 영업이익률 24.1%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0.3%로 떨어졌다. 브로드컴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12.9%에서 8.2%로 내려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마크 헝 애널리스트는 “칩 개발 비용이 10년 전보다 3~5배는 늘었다”며 “경쟁이 격화하면서 대형 업체조차 실적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NXP반도체의 프리스케일반도체 인수도 비슷한 사례다. 두 업체는 세계 RF 전력(파워) 트랜지스터 시장의 강자로,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80~90%를 차지한다. 주력으로 하는 전방 산업도 자동차로 동일하다. NXP가 근거리무선통신(NFC), 이더넷 등 통신 분야에, 프리스케일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에 강해 제품군까지 다양화할 수 있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업계 1, 3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와 도쿄일렉트론(TEL) 간 합병 추진도 마찬가지다. 두 업체는 증착, 식각 등 주요 전 공정 장비 전반에 두루 진출해 있다. 제품군 다양화는 물론이고 에치백 장비, 확산장비 등 경쟁을 벌여오던 장비들은 독점화할 여지가 컸다. 이 같은 우려로 이 두 업체의 인수합병은 최근 무산됐다.
최근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M&A) (단위: 달러)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