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비자물가 6개월 연속 0%대 이상 없나

5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동기 대비 0.5% 오르는 데 그쳤다. 벌써 6개월째 0%대다. 6개월 연속 0%대는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 0.8%, 1월 0.8%, 2월 0.5%, 3월 0.4%, 4월 0.4%로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를 1.01%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바닥을 기는 소비자 물가에 불안감이 커졌다. 디플레이션에 빠져든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다. 낮은 소비자 물가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정부는 다양한 경제활성화 대책을 쏟아냈다. 경기 활성화 정책 효과는 미진하고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아직 소비를 할 때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0%대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0%대지만 상승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바닥을 쳤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국제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하고 경기회복이 지속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려는 압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 설명이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한다. 정부는 국제유가라는 대외 여건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순진한 생각이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데이터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는 정부를 믿고 지갑을 연다.

때가 되면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그동안 많은 골든타임을 놓쳐 신뢰를 잃었다. 세월호 침몰 때도 그랬고 메르스 확산에도 정부의 뒷북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 디플레이션 대응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괜찮다’고 하지만 국민은 불안하다.

정부가 사태를 더 키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면 소비심리는 살아날 수 없다. 불안한 경제심리를 되살리고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는 선제적이고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근거 없는 낙관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