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파파라치(폰파라치) 제도를 악용하는 유통업계 모럴 해저드에 제동이 걸린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불법지원금 신고와 단통법 위반 등에 따른 분쟁 조정을 위해 ‘폰파라치 심의위원회’를 이달부터 운영한다. 폰파라치는 휴대폰 불법 유통행위를 일반인이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제도 도입으로 불법 유통행위는 줄었지만 이를 악용해 경쟁사를 고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4월 유통점 대표 간담회에서 폰파라치 제도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폰파라치 심의위원회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억울한 중소 유통점 구제 채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KAIT는 폰파라치 심의위원회 구성과 분쟁 조정 방식, 절차 마련 등 준비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번 주 운영에 들어간다고 3일 밝혔다. 신고 포상금 1000만원 상향, 신고범위 확대(불법지원금 중심에서 단통법 위반 전반으로)에 따라 악의적 폰파라치가 활개 치는 것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다.
폰파라치 활동은 단통법 시행 이후 수그러들었다. 불법 지원금 지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폰파라치가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여전히 정보를 공유하고 ‘신고 건수’를 거래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포상금이 1000만원으로 올랐다며 전세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시물도 등장하면서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고 있다.
대형 유통점이 중소형 유통점을, 판매점이 경쟁 판매점을 타깃 삼아 조직적으로 불법을 유도해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4~5명이 한꺼번에 판매점을 찾아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고 불법을 조장하는 방식이다. 점원 얘기를 녹취하고 이를 내세워 판매점을 협박하기도 한다. 판매점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신고를 당하는 일이 많다고 주장했다.
한문승 KAIT 시장정보팀장은 “포상금을 노린 악의적 폰파라치로 분쟁이 발생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판매점도 적지 않다”며 “신고가 정당한 포상 기준에 해당하는지 판별해 분쟁을 조정하고 판매점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게 심의위원회 활동 목적”이라고 말했다.
심의위원회는 변호사와 교수 등 전문가와 소비자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통사와 유통점은 의결권 없이 사례에 따라 참고인 자격으로만 활동한다. 정기적으로 매월 1회 위원회를 개최하고 사안에 따라 횟수를 조정할 계획이다.
한 팀장은 “명백하게 불법을 저지르고 무조건 억울하다며 심의를 신청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신청 사안을 무조건 심의하는 게 아니라 필요 서류 구비 등 1차적 요건을 갖춘 때에 한해 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폰파라치 제도는 불법 지원금 지급을 막아 유통망 건전성을 확보하려 2000년대 중반부터 운영됐다. 직업 폰파라치를 양산하고 신고건수 판매 행위로 변질돼 유통가에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판매점을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판매점 대표는 “판매점 측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점이 방통위원장 참석 간담회 이후 상당 부분 반영된 것 같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유통점 페널티 개선 등 당시 합의했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심의위원회가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